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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방해 없이 즐기는 온전한 치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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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초량동 산복도로의 가정식 식당 ‘초량 845’. 오밀조밀 산복도로 주택과 북항 앞바다까지 ‘부산다운’ 조망을 안겨준다.
★여름밤 야외영화 관람

- 무릎담요·방석 챙겨 자리 잡고
- 로맨스영화로 감성에 빠져들기

야외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언제부터 우리의 로망이 됐나. 모르긴 몰라도 ‘시네마 천국’(1988)에서 토토와 할아버지가 극장의 영사기를 돌려 마을 건물 벽에 화면을 비춰서 온 마을 사람이 함께 영화를 보게 한 그 장면이 시작 아닐까. 그 유명한 영화음악은 머릿속에서 자동재생되고.

   
여름밤 야외 영화, 그게 현대인의 작은 로망이라면 부산 사람은 운이 좋다. 해운대 영화의전당이 5월부터 9월까지 야외극장을 가동하니까. 상영 목록은 미리 다 나와 있어서 선택권은 없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오늘 마침 시간도 기분도 딱 맞아서 야외극장을 찾았는데 영화까지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다면. 게다가 공짜 관람이다.

바로 옆 수영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만만치 않아서 장마철까지는 밤이 되면 꽤 쌀쌀하다. 바람막이 점퍼와 무릎담요를 챙기면 후회할 일은 없다. 폭신폭신한 방석도 ‘잇템’. 야구장의 좌석과 흡사한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서 안락한 두시간을 보장한다. 한여름에는 모기기피제도 필요하다. 집이나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한 뒤, 커피 한 잔 사 들고 자리를 골라 앉으면 영화가 시작된다. 여름밤 감성을 자극하는 로맨스 영화가 야외영화로는 최고다. 몇 년 전에 이곳에서 본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인생 영화로 남았다. 큰 화면을 가득 채운 오드리 헵번의 얼굴과 창턱에 걸터앉아 기타 치며 부르는 ‘문 리버’. 휴먼드라마도 나쁘지 않다.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해 세팅된 듯한 6월의 전쟁영화들도 화면이 크니 더 웅장했다. 지난 12일 관람한 ‘헥소 고지’는 멜 깁슨이 연출하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앤드루 가필드가 출연한 전쟁영화로, 일반 영화관에서 봤으면 아마 이런저런 흠을 잡았을지 모른다. 여기선 분위기가 좋으니 다 통과. 바그너 ‘발퀴레의 기행’을 배경으로 장엄한 참화가 펼쳐지는 ‘플래툰’(1986)은 또 어땠나. 음향의 울림이라든가 자동차 소음 같은 핸디캡마저 ‘야외상영’을 실감 나게 하는 장치다.
관람을 방해하는 미세먼지도 한발 물러났고, 여름이 깊을수록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서둘러 집을 나서야 한다.


★산복도로에서 ‘힐링 런치’

- 日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처럼
- 맛집 찾아 즐기는 나홀로 만찬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외근이 많다. 취재 약속이 오전일 경우 일을 마치면 정오 즈음이 된다. 이때부터 한 시간, ‘소확행’이 시작된다. 일드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씨처럼 “아, 배고파”를 나직이 내뱉고 일이 끝난 지역 주변 ‘맛집’을 탐색해 혼자 만의 점심을 즐긴다. 일주일 전, 부산 중구 가톨릭센터에서 오전 일정이 끝났다. 원도심의 매력적인 후보를 제치고 선택한 곳은 산복도로의 ‘핫 한’ 식당과 카페였다.

부산의 산복도로는 도시재생으로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일본 양식으로 지은 ‘적산가옥(敵産家屋)’을 리모델링한 식당과 카페가 인기를 끈다. 동구 초량동 ‘초량 1941’과 수정동 ‘문화공감 수정’(옛 정란각)이 대표적이다. 이날 ‘초량 1941’을 찾았다. 카페도 카페지만 바로 앞에 생겼다는 가정식 식당 ‘초량 845’의 명성을 듣고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주말엔 주차가 힘들 정도로 손님이 몰리니 평일 점심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다. 초량 845의 외관은 조립식 공장 건물 같이 투박하나 내부로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시원한 통유리 너머로 오밀조밀 산복도로 주택부터 북항 앞바다가 막힘 없이 내려다보인다. 메뉴는 정식과 세 종류의 파스타로 단출했다. 1만3000원짜리 정식을 주문했다. 돼지고기롤, 현미잡곡밥, 단호박청경채국 등이 한 상 차림으로 나왔다. 애호박볶음, 연두부샐러드 등 반찬 하나 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뒤편 ‘초량 1941’로 갔다. 1941년 일본인 재력가가 지은 별장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일본의 고도(古都)로 여행 온 듯한 이색 체험을 할 수 있어 관광객에게 인기 만점이다. 흰 우유를 활용한 음료를 선보여 ‘우유카페’로도 불린다. 우유와 콜드 브루(Cold Brew)를 섞은 카페라떼 한 잔을 시켰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20분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 나왔다. 고독한 미식가의 대사가 떠올랐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며 음식을 먹는 고독한 행위. 이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힐링이다.”


★문화센터의 작은 콘서트

- 2000원 내고 칵테일·재즈 관람
- 틈새시간에 스트레스 날려보내

   
‘육아 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백화점 문화센터. 최근에는 큰 비용 투자 없이 자기만족을 느끼려는 20~30대 직장인들의 ‘소확행’을 체험하는 장소로 뜨고 있다. 평일 오후 7시 롯데백화점 광복점 옥상공원에서 열린 재즈콘서트에 5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날 콘서트는 백화점 문화센터가 청담동 유명 재즈바인 ‘원스 인 어 블루문’ 공연팀과 함께 연 일일 행사로 문화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했다.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공연에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부터 노년층 부부,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인근 회사에서 단체로 온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참가비 2000원에 공연 관람은 물론 칵테일과 간단한 다과가 제공됐다. 공연이 시작되고 감성 짙은 재즈의 선율이 밤하늘에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공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항 전경이 보이는 야외 옥상공원에서 재즈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이번 콘서트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이곳에선 거의 매달 재즈콘서트, 클래식, 가수 공연 등 다양한 음악 행사가 열리는 만큼 조명과 무대, 음향 시설이 기대 이상이었다. 공연 중간 휴식시간엔 참석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해 1만 원 상당의 ‘작은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마련됐다. 의외로 당첨률이 높아 기자도 1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 2000원을 내고 공연 관람의 호사에다 ‘득템’의 기회를 얻은 사람들 사이에선 “다음에 또 가족들과 와야겠다”는 대화가 오갔다. 적은 금액을 투자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음악에 실어 보내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선 이런 일일 공연 외에도 북 콘서트, 공예, 요리, 운동, 재테크 등 무료~5000원대 원데이클래스가 매주 다양하게 열린다. 젊은 고객을 겨냥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유명한 여행작가, 요리사, 시인 등을 섭외하기도 한다. 일반 학원보다 비용 부담이 적은 데다 ‘틈새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 한 번 내기 어려운 젊은이들이 여가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 아닐까.

신귀영 박정민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영화의전당 야외상영회 일정 (오후 8시)

날짜

영화명

7/4

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7/11

청원(산제이 릴라 반살리)

7/18

지구, 놀라운 하루(리처드 데일 외)

7/25

호두까기 인형(공연 영상물)

8/1

태양의 서커스:월드어웨이(공연 영상물)

8/8

소나기 (애니메이션·안재훈)

8/14

죽은 시인의사회 (피터 위어)

9/19

스포트라이트 (토마스 맥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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