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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33> 부산 ‘문화행정 잔혹사’를 떠올리는 이유

‘쉽다’는 억측과 ‘좀 안다’는 착각, 부산문화를 ‘늪’에 빠뜨리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02 19:08:3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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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3%의 예산임에도
- 서병수 전 시장을 흔든
- 민선6기 ‘불통’의 문화행정

- 투입 대비 즉각적 성과 바라고
- 좁은 네트워크로 식견 드러내
- 우아하고 쉽게 다룰 영역 아냐
- 민선7기서 반면교사 삼기를

오거돈 민선 7기 부산시장이 지난 1일 취임했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재임했던 민선 6기의 부산 문화행정을 돌아본다. 이어받을 성과든, 반면교사든 그 돌아봄 속에서 무언가 도움 될 만한 것을 끌어낼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때 영화의전당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 국제신문 DB
2016년 1774억 원(부산시 전체 예산의 2.34%), 2017년 2112억 원(〃2.73%), 2018년 1868억 원(〃2.23%)의 문화예술예산(문화+영상+미술관+도서관·시 전체 일반회계)을 쓰고 ‘정예 조직’이 운용하는 부문이 부산 문화행정이다. 민선 6기의 성과나 결실이 없을 수 없다. 우선 눈에 띄는 것만 꼽아 봐도 복합문화공간 F 1963의 성공적 출발, 옛 한국은행 부산지점의 공공 박물관 전환, 부산현대미술관 성공적 개관, 생활문화 강조 등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전체로 보아 서 전 시장의 민선 6기 문화행정은 조금 세게 표현하면 ‘잔혹사’라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서 전 시장의 임기 전반에 걸쳐 그를 끊임없이 강력히 괴롭힌 건 경제나 고용, 산업 같은 거대 영역이 아니라 시 전체 예산의 3%도 차지하지 않는 문화예술 영역이었다. 한 번 스텝이 꼬이고 두 번 실책이 반복되자, 이 영역은 ‘늪’이 되었다. 그 부정적 파급 효과는 강했다. 예산 규모로 보면 이토록 ‘작은’ 영역이 이렇게 질기고 세고 상징적인 힘을 발휘할지 아마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컨대 민선 6기의 출범 직후부터 2년 반 사이 시 문화관광국장 4명이 1년을 못 채우고 잇달아 교체됐다. 민선 6기 첫 A문화관광국장 약 6개월로 시작해 B 국장 약 10개월, C 국장 약 9개월, D국장 약 6개월로 숨 가쁘고 불안정한 교체가 연속됐다. 처음엔 ‘바뀌나 보다…’ 했던 시민과 문화예술계는 이런 변동이 반복되자 이를 시장의 문제이자 책임으로 봤다. 문화예술에 관한 시장의 인식과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쪽으로 사태가 번진 것이다.
그 2년 반 동안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인선 파동,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태 등 굵직하고 파장이 큰 일이 잇달아 터졌는데 이에 따른 비판은 ‘시 문화행정이 문제’라는 쪽보다는 총책임자인 시장에게 튀었다. 문화 쪽에서 ‘불통 시장’ ‘문화적이지 못한 시장’이라는 꼬리표가 달렸고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부산문화재단은 방향을 제시할 정책 기능을 갖는 게 아니라 시 산하 실무기관처럼 보폭이 제한됐다. 지난해 4월 재위촉했던 부산비엔날레 전 집행위원장이 각종 문제로 그 해 10월 중도 사퇴하고, 지난 2월 공과에 대한 평가 없이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해임해 ‘보복성’이라는 비판과 함께 영상위 업무를 혼란으로 몰아갔다.

반추해 봐도, 민선 6기 문화행정은 전체로 보아 잔혹사라고 하지 않기 어렵다. 그 원인은 뭘까. 첫째 ‘문화는 쉽다’는 억측이다. 경제, 고용, 산업 등은 중요할 뿐 아니라 다루기 어려운 분야지만, 문화는 부드럽고 우아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좀 쉬운 영역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 선입견이 ‘늪’으로 가는 입구다.

둘째 ‘문화는 내가 좀 안다’는 행정의 착각이다. 문화예술 영역은 범위가 넓고, 적은 체험과 좁은 네트워크로 감당하기 힘들다. 셋째 문화예술 영역도 경제·고용·산업처럼 ‘투입이 있으면 성과가 즉각 나오며,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적 수익 같은 가시적 성과로 단기에 연결할 수 있다’는 강박이다. 이런 생각이 아예 근거 없지는 않지만, 강박이 되면 필연적으로 조급증을 부르며 성과주의로 이어진다. 성과중심주의가 나쁘기보다는 그것은 단기적 이익을 노린 수많은 ‘꾼’들이 비집고 들어갈 공격 포인트가 된다.

   
민선 7기 벽두에 희망가가 아니라 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는 데서 오늘을 가다듬고 미래를 열 길을 한 자락이나마 찾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참고가 될 만한 글귀가 없을까 하고 사마천의 ‘사기’를 뒤적였다. 마침맞지는 않지만, 가슴에 들어오는 문구를 ‘태사공자서’에서 만났다. “정의롭게 행동하고 자잘한 일에 매이지 않으면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세상에 공명을 세운 사람들 위해 70편의 열전을 남긴다.” 민선 7기 문화행정이 이와 같아서 뒷날 좋은 기록으로 남기를.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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