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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14> 산책 속에 준비된 독립영화

건강도 챙길겸 영화도 찍을겸 오늘도 나는 동네 산책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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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10 18:51:3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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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가요의 경박한 추임새 같은 이름을 단 태풍 ‘빠라삐룬’이 지나간 화창한 오후, 산책을 나섰다. ‘바쁜 일과’ 중에도 가능한 산책을 빼먹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이고, 복잡하게 얽힌 생각을 걸음걸음 정리하며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을 만나고 지역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관찰하기 위해, 주민으로 분류되긴 어렵지만, 그래도 더불어 사는 고양이와 강아지, 비둘기, 참새, 갈매기, 왜가리, 수달(대부분 의심하는데 광안리 인근에 식상할 정도로 자주 출몰한다.)등등 동물 친구들…. 그래도 연배가 다르니 친구는 좀 그렇고, 그냥 이웃 동물들 만나기 위해. 그리고 혹시 어디선가 불량한 자들이 약한 이를 괴롭힌다면 수없이 상상 훈련한 화려한 무술로 혼내주기 위한 방범/순찰 의미도 포함된다.
   
독립영화 제작을 궁리하며 산책하던 길에 만난 부산 영도 풍경.
다행히 아직 그런 무서운 일은 발생하진 않았다. 겉보기엔 그저 여유로워 보이지만, 산책이란 치열한 업무의 연장이다. 때마침 내가 사는 부산은 산과 바다와 골목이 어우러져 산책자에겐 천혜의 환경이다. 그러니 산책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따로 또 같이 치열하게 산책을 실천하며 연구하는 ‘산책연대 동지’인 영화배우 겸 영화음악가 겸 영화감독 김순정(가명. 나만큼이나 내성적인 친구라 스스로 지은 가명으로 써달라고 고집했다)과 대책회의를 겸한 산책을 위해 남포동에서 접선했다.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던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중공군 역으로 나와 ‘영화배우’로 데뷔했던 나는 몇 편 독립영화 (단역)출연을 거치다 문득 ‘연기에 회의’를 느껴 은퇴를 선언했으나, 김순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 계획을 듣고 은퇴를 번복하고 출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도 정해지지 않았고, 대본도, 제작비도, 물론 출연료도 없는 그 영화는 내가 이해하기로는 ‘본격 산책 영화’였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뒤 단 하루 동안에 촬영을 시작해 촬영을 마칠 예정이었다.

기획의도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짐작건대, 담벼락이나 지붕 위에서 훌쩍 뛰어내리는 고양이들과 비슷한 이유로 기획되고 추진하는 듯했다. 고양이는 왜 높은 담벼락이나 지붕에서 겁도 없이 뛰어내리는 걸까? 주변에 아는 고양이들을 수없이 관찰하며 내린 결론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다. 결코 생각 없이 뛰는 게 아니다. 멈칫 서서 아래를 보며 고민하는 순간이 있다. 너무 높지 않을까? 역시 무리일까? 그러다 확신이 들면 뛰어 내린다. 그 결과 대부분 사뿐히 착지한다.

의외로 인간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경우가 참 많다. 그 결과 드물게 인류에 크게 기여하거나, 피해를 주거나, 대부분은 별 일 없이 지나간다. 역시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갈치를 지나 송도 바닷길을 지나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 건너편 섬 영도로 갔다. 산책 겸 회의 겸 촬영 사전답사 겸 리허설이었다. 산책의 또 다른 장점은 겸사겸사의 미덕이다. 혼자도 좋지만 반려동물과 함께라면 부족한 운동량을 채워주며 교감할 수 있고, 호감 가는 이성과 함께라면 데이트를 할 수도 있다. 뜻 맞는 이들이 있다면 장편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 내게는 모처럼 ‘복귀작’인 만큼 부담이 되어 어떤 연기를 원하느냐 물었더니 그냥 평소대로 걷고 얘기하면 된단다. 그 얘길 들으니 더 마음이 복잡해졌다. 애초에 도망쳤어야 했나? 그래도 어쨌든 산책은 계속 해야 하니까. 겸사겸사 영화도 만들 겸.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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