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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의학에세이…누구도 죽음 앞에 무감할 순 없다

심장의이자 수필가 조광현, ‘그는 왜 오지 않는가’ 펴내

  • 국제신문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18-07-10 19:04:56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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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요양병원서 제2의 길
- 다양한 환자들의 생사의 기록

죽음을 눈앞에서 보는 게 일생에 몇 번일까. 특수 직업군이나 유다른 운명이 아니라면 조부모, 부모, 형제자매의 임종을 지키는 정도. 그보다 빈번하게 죽음을 봐야 한다면, 죽음 앞에 덤덤해질까 아니면 못 견디게 우울해질까. 죽음을 수없이 목도하는 외과의사를 떠올리며 사람들은 흔히 생각한다. 그들은 환자의 죽음에 무감하지 않을까.
   
의사이자 수필가인 조광현 씨. 그가 최근 의학에세이 ‘그는 왜 오지 않는가’를 펴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의사이자 수필가인 조광현이 최근 펴낸 의학에세이 ‘그는 왜 오지 않는가’는 어쩌면 이런 오해를 풀어줄 책이다. 조광현은 부산백병원 병원장을 지냈고, 2014 퇴직한 뒤 지금은 부산 온천사랑의요양병원 병원장으로 있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심장 수술의였다. 198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개심술을 보급한 의사 중 한 명으로, 현장에 있는 동안 5000건 넘는 심장수술을 했다. 5000개의 심장이 그의 손끝에서 생사를 넘나든 것이다.

흉부외과의에서 요양병원 원장으로, 평생 사람 살리는 일을 한 그가 지금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을 한다. 이런 전환은 자신의 의지였지만, 예상하지 못한 우울감을 동반했다.

“노인병을 연구해서 의사로서 제2의 길을 걷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요양병원에서 일하니 울적해지더군요. 의사가 아무리 애써도 결국은 돌아가시니까요. 지금은 어떠냐면, 사경을 헤매는 사람을 살리던 것 이상의 보람을 찾았어요. 편안한 죽음을 맞게 하는 것, 의사로서 그만한 소명이 또 있겠습니까.”

사람이 살고 죽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때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둔다면, 이것은 분명 어마어마한 글감이다. 의사 가운데 시인, 수필가가 적지 않은 것도 이런 환경 때문이리라. 고교 때 문과반이었고, (고3 여름방학 때 장티푸스에 걸려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기 전까지) 인문학도를 꿈꾸던 문학소년, 의대에서도 시문학 동인 활동을 열심히 하던 의사가 수필가가 된 것은 필연이다.

표제작 ‘그는 왜 오지 않는가’에는 전신마비에 반혼수 상태인 아내를 3년째 돌보는 구 씨가 있다. 아내 몸에 욕창 하나도 없도록 간병하던 구 씨의 정성에 온 병원 식구가 감탄하던 때, 그도 피치 못할 무릎 수술을 받으러 떠났다. 그 이후 두 달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신마비의 아내는 눈동자를 애타게 굴리며 계속 누군가를 찾는다. 그는 왜 돌아오지 않는가. 독자는 구 씨에게 배신감을 느낄 지도 모른다. 나는 못하지만, 나는 일하고 자식들 키우느라 요양병원에 늙은 부모 모시고 잘 들여다보지도 못하지만, 구 씨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의 자책과 속죄를 구 씨에게 쏟아낸다. 그리고 위안받는다. 나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는 것에.

   
흉부외과의로서 현장의 소회를 쓴 ‘제 1수술실’(2014)이 긴박감과 절박함으로 가득했다면, 이번 책에는 사람의 다양한 마지막을 보아온 슬픔이 묻어난다. ‘요양병원은 이런 이별(죽음)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이별에 익숙해져야 나도 좀 편안할 텐데… 그러다가 문득 목전의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된다면 그건 나 자신이 죽었다는 얘기겠지 싶었고 아직은 아픈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라며 작가는 안도한다. 의사의 마음이 그렇다는 것에 환자는 안도할 것이다.

“고통을 겪던 환자가 숨을 거둘 때 일그러진 얼굴이 일순간 평안해져요. 그때 생각하죠. 아, 죽음도 치유로구나.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을 그렇게 위로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마지막을 준비시켜야겠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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