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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36> 다시 읽고 새기는 일본 패망과 한반도 분단

일본이 걷어찬 수많은 ‘항복의 기회’… 한반도 분단의 결정적 이유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13 18:52:5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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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주 ‘전쟁으로 보는…’ 시리즈
- 1944년 패색이 짙어진 일본은
- 패망의 운명을 인정하지 못하고
- ‘결사항전’ 분위기에 휩쓸려 폭주
- 결국 소련의 참전을 야기했다

- 日 군부의 국제정세 무지와 탐욕
- 한민족 분단의 비극을 불러와
- 광복절을 앞두고 되새겨본다

역사 칼럼니스트 이성주는 다섯 권으로 이뤄진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시리즈’(생각비행 펴냄)를 지난해 말 완간했다. 집필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를 시작으로 ‘조약, 테이블 위의 전쟁’ ‘괴물로 변해가는 일본’ ‘미국 vs 일본 태평양에서 맞붙다’를 거쳐 ‘파국으로 향하는 일본’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이 시리즈는 책이 두껍지 않으며 서술은 간명해 술술 읽히고 흥미로웠다.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최고사령관(가운데 앉은 이)가 1945년 일본 도쿄만에 정박한 미 군함 미주리호 선상에서 일본의 공식적인 항복 관련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마지막 책인 ‘파국으로 향하는 일본’의 독후감이 꽤 강렬했다. 전혀 몰랐던 역사를 새로이 알려줘서 그랬다기보다 평소 조금은 안다고 여겼던 나의 역사 지식에 실제로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그나마 알던 것도 자꾸 잊어간다는 점을 화들짝 깨우쳐줬기 때문이다. 73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문득 떠오른 이 책을 한 번 더 살피고 나니, ‘미래를 내다보며 열린 태도와 시각을 갖되, 잊지 말 것은 기억하고 되새기자’는 생각이 새록새록 돋았다.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일으킨 죽음의 구름. 국제신문 DB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이 패전할 것이라는 전망은 완연해졌다. 완벽한 예측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 책에서 저자 이성주의 주제의식은 다음 서술에 거의 담겼다. “일본은 몇 번이나 주어진 기회를 그때마다 걷어찼다. 1944년 7월 사이판이 미국의 손에 떨어지면서 일본의 패전은 이미 결정이 났다. 반대로 말하면 1944년 7월부터 일본은 종전의 기회를 손에 쥐고 있었다는 의미다. 화평파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러나 일본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몇 번이나 주저했고 강경파의 압박에 못 이겨 그들이 말하는 ‘결사항전’ 분위기에 휩쓸렸다. 결국 맞지 않아도 될 원자폭탄을 맞고 나서야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213쪽)
‘이미 너무 잘 알려졌고 다들 아는 내용 아닌가’ 하는 반론이 있겠지만, 이 책의 장점은 이런 상황 흐름을 간명하고 적절하게 전하는 데 있었다. 미국이 원자탄을 개발하기 위해 가동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들인 비용이 20억 달러였다. 그런데 ‘시대를 초월한 괴물 같은’ 신형 폭격기 B-29 개발 프로젝트에 쓴 예산은 30억 달러다. 이렇게 만든 B-29들의 폭격으로 1945년 3월부터 7월까지 약 50만 명 일본인이 사망하고, 1300만 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책에 나온다. 같은 기간 총면적 330㎢ 26개 도시가 초토화됐고, 건물 약 250만 동이 소실됐다고 한다. 산업·경제·군수는 무너졌다. 패배는 명백했다.

이런데도 일본 제국주의 군부 핵심세력은 ‘본토결전’ ‘결사항전’으로 방향을 잡고 정책을 결정했다. 오늘의 시선과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저자는 당시 일본이 국제정치에 얼마나 무지했고, 무능했는지 특히 강조한다. 당시 미국의 지도부는 일본과 맞붙어 싸우는 중이었지만, 현실적인 이유와 명분으로 일본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종전 조건을 제시할 의향이 있었다.

반면, 일본은 최후의 일각까지 소련이 일본에 좀 더 유리한 중재자가 되어줄 것이라는 망상을 갖고 매달렸다. 일본이 최고로 중요하게 여긴 것은 국민의 안위가 아니라 ‘국체호지’, 즉 천황제 유지였다. 일본은 그나마 유리한 점이 있었던 포츠담 선언을 ‘묵살’(77세 스즈키 칸타로 총리의 묵살 발언 사건)했고, 모스크바에 특사를 잇달아 보내는 등 소련에 애원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자, 일본 지도부는 다시 소련에 중재를 요청했는데 소련이 ‘답장’을 보내왔다. 그 답장은 대일본 선전포고문이었다. 8월 9일 두 번째 원자폭탄이 나가사키를 쓸었다. 첫 원폭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피할 수 있었던 희생이다. 소련은 일본 쪽으로 쳐들어갔다.

   
일본이 탐욕과 무지로 ‘종전’ 기회를 여러 차례 걷어찬 탓에 한민족은 다시 천추의 한을 갖게 된다. 바로 분단이다. 다른 것은 일단 젖혀놓고, 일제가 소련 참전 전에 항복했다면, 한반도 분단은 어쨌든 없었을 것 아닌가. 이 대목을 읽으며 쓰라렸다. 일제 군부의 무지와 탐욕은 한반도 분단의 직접 원인이었다. 우리는 미래를 보며 일본과 교류하고 잘 사귀어야 한다. 거기 평화와 번영의 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광복절이 다가온 오늘 그리고 남북이 평화와 분단 극복을 위해 새로운 노력을 시작한 지금,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새긴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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