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여러분도 한 번쯤은 공주님을 만난 적이 있을 거예요. 왕관을 쓰고 있지 않아서 공주인 줄 몰랐던 것뿐이죠. 그렇지만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연다면 많은 공주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공주는 없다’에 실린 소냐 위머의 그림. 내인생의책 제공

그림책 ‘공주는 없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동화책 속 공주는 아름다운 금발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몸짓으로 왕자와 춤추는 천편일률적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공주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어야만 할까? 잠에서 깬 백설공주는 난생처음 보는 왕자와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공주에게는 왕자가 필요하고 혼자서는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

저자는 타인과 대중 매체가 정해주는 공주 이미지에 맞선다. 책 제목인 ‘공주는 없다’는 그 주장의 핵심이다. 사회가 공주의 은유를 사용해 만들어낸 ‘완벽한’ 여성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낡은 개념에서 벗어나 모든 여성, 모든 사람이 공주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늘 왕자에게 구원받는 공주는 아이들에게 성차별적인 관념을 심어준다. 현실에선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그 모든 삶이 각자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평소 공주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모든 사람이 고유한 ‘공주’라는 것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 주근깨가 있는 사람,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미혼일 수도 있고, 왕자와 사별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공주가 될지, 되지 않을지는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게 아닌 스스로 정한다는 것이다.

책은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고정된 게 아니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임을 다양한 공주의 모습을 통해 알기 쉽게 전달한다. 세상의 모든 딸에게 사랑스러운 공주가 아닌 너만이 될 수 있는 배우·미용사·우주비행사 등 그 무언가가 되라고 주문한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