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신설한 ‘부산 클래식’ 섹션
- 고전 복원작 만나는 좋은 기회
- 영화선정위원회 경쟁체제 도입
- 외국인 전문가 선정도 고려 중

-이번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가.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 김종진 기자

▶올해 초 집행위원장에 선임돼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 운영 기조를 ‘안정성’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새로운 시도는 엄두를 내기 힘들었던 면이 있다. 다만, 올해 신설한 ‘부산 클래식’ 부문은 미룰 수 없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장의 작품과 고전 복원작 등을 집중해서 소개하는 클래식 섹션은 다른 유명 영화제에선 이미 시작해 젊은 영화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행히 부산 클래식 섹션은 준비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최근 복원된 작품들과 영화제 상영용 파일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시도할 수 있었다.

-올해 칸·베니스·베를린 등 세계 영화제를 다니면서 어떤 점을 느꼈나.

▶부산국제영화제(BIFF)도 지난 몇 년간 침체를 겪은 것처럼 세계 모든 영화제도 주기적으로 침체하고 번성한다는 것을 느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네덜란드 출신 마리에트 리스벡이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리스벡은 독일의 영화진흥위원회 격인 ‘저먼 필름스’의 해외 담당관으로 재직 중인 인물로, 베를린영화제를 이끄는 첫 여성 수장이다. 베를린영화제 이사회 내에서는 자국에 영화 인재가 없는 것을 인정하고, 영화제가 매너리즘에 빠져 미래를 준비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BIFF도 그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미래를 위한 ‘약’이라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 영화제를 다니면서 BIFF의 위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미래를 성실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올해 BIFF를 준비하면서 만난 영화인들은 어떤 조언을 했나.

▶부산독립영화협회, 부산지역 영화학교 교수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지역 독립영화인들이 그동안 BIFF에서 배제됐다며 일자리를 요구한 점이었다. 알아봤더니 2015년까지 영화제 심사위원, 모더레이터 등에서 지역 감독이 참여한 사례가 미미했다. 특정 대학 출신이 많이 몰린 점도 사실이다. 올해부터는 반드시 학연·지연 등을 파괴하겠다고 선언하고, 프로그래머도 공개 채용했다.

-영화제 이후 조직 개편, 정관 개정 등이 시급한데, 계획은.

▶사무국 직원들은 순환 근무 형태로, 영화선정위원회는 일부 경쟁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제 30대 중반의, 미래의 BIFF 리더들이 나와야 할 때다. 메이저 영화제다운 국제적인 체계를 갖추겠다. 세계 유명 영화제 가운데 외국인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영화제는 없다. BIFF에도 한두 명 정도 비상근 외국인 영화선정위원이 필요하다. 신설할 예정인 사무처장직은 부산 사람을 뽑을 계획이다. 부산의 인재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쓰겠다.

-올해 BIFF에서 이것만은 보길 권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야외상영작(오픈 시네마) 중 올해 중국에서 대히트한 원무이에 감독의 ‘나는 약신이 아니다’를 꼭 한번 보시길 권한다. 신인 감독의 역량으로 엄혹한 검열을 거쳐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 놀랐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