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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의 TV…태래비 <20> tvN 빅 포레스트

하루아침에 다 잃은 남자 … 짠내 풀풀 나는 삶이 왜 이리도 웃픈지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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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0-16 19:04:3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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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쟁이 신동엽·사채업자 정상훈
- ‘연변타운’ 서울 대림동서 펼치는
- 쫓고 쫓기는 좌충우돌 생존기
- 이주민 생활상 엿보는 재미도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은 2011년부터 특별치안강화구역이 됐다. 대림동에서 칼을 소지하고 다니면 불법이라는 중국어 전단지가 배포된 적도 있다. ‘연변타운’이라고도 하는 이곳엔 외국인이 많다. 2014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대림2동엔 1만3853명의 외국인이 산다. 외국인이 많다고 뉴욕 분위기가 나는 곳이 아니라는 건 짐작할 수 있을 것이고, 한문(중국어)으로 된 간판과 한국인과 비슷한 외양을 가졌으나 특유의 연변 사투리를 구사하는 사람이 다른 동네보다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tvN 드라마 ‘빅 포레스트’.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서울 대림동에 숨어 사는 ‘신동엽’이 주인공이다.
원래 거주하던 주민도 많지만 많은 건물을 화교가 소유하고 있다. tmi(too much information=이런 것까지 아실 건 없지만), 양꼬치는 대림동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tvn ‘빅 포레스트’는 대림동을 배경으로 한다. 주연은 무려 신동엽. 신동엽이 ‘신동엽’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극 중 신동엽은 한때 승승장구했으나 사업 실패로 모든 걸 잃자 이혼까지 당하고 혼자 대림동 낡은 집에 숨어 산다. 간간히 사채업자에게 쫓기면서. ‘빅포레스트’는 신동엽이라는 실제 인물과 겹치다가 ‘만약 그가 지금 가진 모든 걸 다 잃게 된다면?’이라는 설정으로 대림동에 혼자 뚝 떨어뜨려 놓는다. 아마 저 한 문장으로 드라마의 스토리가 구성됐을 것이다. 신동엽이 모든 걸 잃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돈이 없으니 아마 방값이 싼 편인 대림동으로 가겠지, 사채업자가 찾아와 ‘마른오징어도 쥐어짜면 물이 나옵니다’ 등 식상한 대사를 날리겠지. 어려서 데뷔해 방송 말고 아무 일도 할 줄 모르는 신동엽은 살지도 죽지도 못하고 그냥 짜장면이나 먹겠지. 방송 의상 대신 구멍 난 티셔츠와 ‘삼선 쓰레빠’를 신고 동네나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대체 뭘 해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채로 하루하루 근근이 말이다. 옛 동료들은 그의 전화를 피하고, 그의 방에 쭉 진열된 트로피들은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거기다, 그가 가장 많은 빚을 진 ‘아보카도 금융’의 추심담당자는 바로 이웃에 사는 싱글 대디이다. 둘은 이웃으로 먼저 만났기에 대놓고 마른오징어도 어쩌구 하는 멘트를 날리지도 못한다. 추심담당자 정상훈은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을 뿐, 그렇게 잔인한 위인도 못 된다.
신동엽은 빚을 갚기 위해 이주민 여성과 위장 결혼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정상훈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독촉하기 위해 채무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거실 한복판에 대변을 보는 소박한 협박도 한다. 둘 다 이 대림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간다. 5회까지 방영된 ‘빅포레스트’는 짠하고 웃기고 짠하고 웃기고를 어찌나 잘하는지 단짠단짠을 눈으로 음미하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신동엽과 정상훈, 둘 다 연극영화과 출신 배우 지망생이었고, 코믹 이미지로 굳어진 둘은 이 드라마에서 숨겨왔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대림동의 이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것도 이 드라마의 감칠맛이다.

   
이주는 해왔으나 완전히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고, 제각각 고향을 떠나온 사연쯤 하나씩 있고, 두고 온 가족도 있고, 만들었으나 깨진 가족도 있고, 고향으로 돌아가 봤자 뾰족한 수가 나지 않아 이방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 이들이 모이는 곳, 대림(大林)동. Big Forest. 커다란 숲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며 이들은 산다. 대림동에선 떠나온 이와 떠나갈 이의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저, 숲을 둘러보고 있을 뿐이다. 내 오두막에 불을 지필 나뭇가지를 줍기 위해, 환장할 오늘을 그저 살기 위해.

작가·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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