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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상업영화 후퇴·독립영화 약진…‘뉴시네마의 여명’

2018년 한국영화의 경향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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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0-18 19:11:5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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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 해 한국영화의 경향은 대략 상업영화의 부진과 독립영화의 약진으로 정리될 것이다. 한동안 극장에 걸린 메인스트림의 한국영화 중에선 ‘공작’(2018)이나 ‘변산’(2018) ‘버닝’(2018) 정도를 제외하면 형식이나 시선, 담론의 층위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마치 씨가 말라버린 듯 보이지 않았다. 범주를 좁혀 추석 연휴를 전후한 근작의 면면을 훑어보자. ‘안시성’(2018) ‘명당’(2018) ‘상류사회’(2018)는 배우와 제작진의 이름만 다를 뿐, 기존에 있어왔던 성공한 기획의 몰개성한 반복 내지 열화(劣化)된 자기복제에 지나지 않았다. 이상의 영화는 현재 한국 상업영화의 퇴행적 현주소에 대한 증거들이다.

‘안시성’은 ‘명량’(2014)과 ‘대립군’(2017)의 동어반복이다. 시대 배경이 바뀌었을 뿐 국민(안시성-조선 수군)을 버린 국가(연개소문-선조)에 대한 피해의식을, 절대선인 민중이 국가주의적 영웅(양만춘-이순신)에 대한 자발적 복무를 통해 해소한다는 식의 조악한 내셔널리즘 논리에 기댄다는 점에서 영화의 얼개는 ‘명량’을 구태의연하게 재현한다. ‘명당’은 ‘관상’의 인물 구도와 서사의 틀을 고스란히 복제하지만 전작에서 한재림 감독이 보여준 시각적 화술의 몰입감은 사라지고 없다. ‘상류사회’는 체제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핑계 삼아 속물적 현시에 골몰하면서 ‘하녀’(2010)와 ‘돈의 맛’(2012) ‘내부자들’(2015)의 악습을 답습한다.

창조적 지평에선 더없이 안이하고 태만한 양산형 영화의 연속, 이는 인기 배우와 아이돌 중심의 스타 캐스팅과 익숙한 기획의 답습에 목을 매는 현재 상업영화 시스템의 폐단을 여실히 증명한다. 과거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기에 대중적 화법과 작가적 문제의식을 동시에 추구하던 감독들의 활발한 운신을 기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도리어 주목해야 할, 한국영화의 성취라 할 작품들은 저예산 독립영화에서 대거 발견된다. ‘영화의 경제가 곧 영화의 이념’(장 뤽 고다르)이라고 했던가. 상업영화가 견딜 수 없으리만치 멍청하고 바보스러워질수록 그 중심부에서 안에서 발화하지 못하고 퇴출된 시대정신, 문제의식들은 독립영화라는 변방 속에서 면면을 드러내 보인다. 탈북자인 동시에 여성인 이중의 타자성을 그린 윤재호의 ‘뷰티풀 데이즈’(2018), 납북 어부의 가족을 통해 국가폭력 문제를 다룬 임태규의 ‘파도치는 땅’(2018)은 통일과 민족주의의 화두를 다루는 한국영화계에서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는, 현실 이면에 자리하는 쓸쓸한 저변을 들추어내면서 영화언어의 파격을 꾀하는 작품들이다. ‘대관람차’(2018)는 세월호와 후쿠시마 이후 국가의 틀을 넘어갈 것인가 안주할 것인가를 사려 깊은 은유로 질문한다.

청년 세대의 현실에 대한 영화적 발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 또한 눈여겨볼 지점이다. 정대건의 ‘메이트’(2017), 정형석의 ‘성혜의 나라’(2017), 장우진의 ‘춘천, 춘천’(2018), 차성덕의 ‘영주’(2017)와 한가람의 ‘아워 바디’(2018)는 각자의 지평에서 청년 삶의 심층을 파고들면서 그 안에 깃든 시대의 불안과 고독, 좌절감을 투영해낸다. 기성 시스템이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 불안의 저편에서, 정직한 영화언어로 시대 목소리를 길어 올리는 작가들이 분투하고 있다. 나는 이것이 한국영화에 새로이 도래할 뉴 시네마의 여명이라 믿고 싶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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