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 년간 법맥 이은 스님 108명
- 차 올리며 예 표하는 의식 마련
- 시민 초청 등 지역축제로 준비
- ‘2박3일 참선’ 일반 불자도 참여

2600년 전 석가모니로부터 전해진 ‘심인법(心印法)’을 계승한 108명의 스님에게 차(茶)를 올리며 예를 표하는 의식이 부산에서 열린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계승한 역대 108명의 스님을 기리는 ‘제1회 불조심인전등다례대재’ 행사 모습. 해운정사 제공

부산 해운대구 해운정사는 다음 달 1일 오전 11시 경내에서 ‘제4회 불조심인전등다례대재(佛祖心印傳燈茶禮大齋)’를 개최한다. 이는 2600년 전 석가모니로부터 가섭존자에게 전해져, 인도-중국-한국을 거치며 오늘날까지 이어 내려오는 불조(佛祖)의 심인법을 계승한 역대 108명의 스님에게 차를 올리는 행사다. 2015년 첫 개최 이후 해마다 음력 9월 24일 열리고 있다.

‘심인(心印)’은 마음 도장이란 뜻이다. 석가모니는 세 가지 인연을 통해 가섭존자를 인가하고 법을 전했다. 석가모니는 어떻게 가섭존자가 자신과 똑같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알아본 것일까. 이는 오직 깨달은 사람끼리만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것을 심인법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입을 열어 무엇이라 말씀하신 것은 진리의 전부가 아니라 진리를 언어화한 것에 불과해 진정한 불법이라 할 수 없다. 오직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섭존자에게 전한 그 무엇이 불법의 골수다.

심인법은 석가모니에서 가섭존자(1대), 아난존자(2대), 보리달마(28대), 태고보우(57대) 그리고 해운정사 조실이자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진제 스님(79대)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진제 스님은 심인법의 법맥을 잇는 제79대 적손이다.

해운정사 도원 스님은 “2600년 불교 역사상 여러 명의 법제자를 둔 조사(석가모니와 동일한 깨달음을 얻은 스님) 스님이 많았으나 중간에 전부 법맥이 단절되고 오늘날 오직 한 가닥의 법맥만 살아남아 실낱같이 이어져 내려고 있다. 그 법이 부산에 전해지는 것은 부산의 영광이자 한국의 큰 자랑”이라고 했다.

다례재는 명종, 개회사, 삼귀의, 헌화, 헌다, 발원문, 헌사, 축사, 법어, 축가, 사홍서원 순으로 진행된다. 헌화가 끝나면 사회자가 108명 조사 스님의 존호를 호명하고, 헌다 팀이 차를 올린다. 올해는 특히 부산시로부터 처음 예산 지원을 받아 어르신 150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한국·중국·일본·서양의 차 문화를 선보인다. 이날 국악인 김성녀 씨가 축하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 불교 행사이면서 동시에 시민축제 한마당이 될 듯하다. 도원 스님은 “역대 조사 스님께서 불조의 혜명(지혜의 생명)을 잇고자 먹고 자는 것도 잊고 각고의 용맹정진으로 큰 깨달음을 얻어 중생에게 이로움을 주셨다. 우리 후손들은 이 은혜에 1만 분의 1일이라도 보답하고자 해마다 음력 9월 24일을 기해 헌다의 공양을 올리는 것”이라며 “다례재는 불조의 은혜를 기리고 성불을 발원하는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례재에 앞서 해운정사는 오는 30일 오전 10시부터 2박 3일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참선하는 용맹정진에 돌입한다. 용맹정진에는 스님뿐만 아니라 일반 불자도 참여할 수 있다. 미리 해운정사 종무소에 접수해야 한다. (051)746-2256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