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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1> ‘어려운 춤’을 위한 변명

춤사위마다 포개진 은유 … 해석은 감상자의 몫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30 18:48:2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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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내적상태와 이어진
- 현대무용의 심오한 뜻
- 간접적 표현 탓 이해 어려워

- 창작자 의도 개의치말고
- 아무 춤판이라도 끼어들어
- 자신만의 필터로 즐기시길
가을이 춤추기 좋아서인지 10월에 춤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주말에는 부산 동래문화회관에 올린 ‘하야로비무용단 정기공연’과 영도의 폐창고를 개조한 공간 끄티(GGTI)에서 펼친 다원 예술 ‘기행문’, 2017년부터 꾸준하게 이어온 소녀상 앞에서 열리는 예술가들의 실천적 예술 행동 그리고 해운대 바다에 띄운 바지선에서 춤춘 ‘섬’ 등 네 개의 공연이 하루 이틀 간격을 두고 이어졌다.
   
지난 20, 21일 부산 해운대 해변에서 바지선을 활용해 공연한 진영아 안무의 춤 작품 ‘섬’. 춤 사진가 박병민 제공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는 원하는 춤 콘텐츠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고, 대중매체의 춤 경연 프로그램에 시청자는 열광한다. 이렇게 주위에 춤이 넘쳐나는데도 모두가 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춤 공연을 보자고 하면 대부분 ‘어렵던데’라며 말을 줄인다. 춤이 흔해졌는데 한편으로 춤을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춤은 대부분 놀이적 요소가 두드러진다. 춤(dance)의 어원인 산스크리트어 ‘크리다티’(kridati)는 동물, 어린아이, 어른들의 놀이와 바람이나 파도의 움직임까지 포함한다. 그래서 놀이는 춤의 근본적 성격이다. 이런 유형의 춤을 이해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어렵다는 춤은 어떤 춤이고 왜 어렵게 느끼는 걸까? 이런 반응은 대부분 전통춤(민속춤)보다 이른바 현대춤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반응이다. 전통춤을 특별히 어려워하지 않는 것은 우리네 삶 속에 춤의 역사가 함께 녹았기 때문이다.

   
지난 19, 20일 춤 단체 하야로비 정기공연에서 선보인 춤꾼 방영미 씨의 작품.
발레를 모태로 한 현대춤은 대략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예술의 한 장르로 다시 태어났다. 앙드레 레빈슨, 존 마틴 같은 이론가들은 다른 예술 형식과 공통되는 점을 배제한 춤의 본질적 특징을 찾고자 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춤의 움직임이 단순한 물리적 차원이 아니라 인간의 내적 상태와 이어져야 한다는 ‘모던 댄스’ 이론이 만들어졌다. 이때부터 춤은 무언가의 간접적인 표현이어야만 했다. 직접 표현도 아닌 간접 표현이라니, 춤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포스트모던 댄스, 신표현주의, 컨템포러리 댄스에 이르는 흐름에 지금 보는 현대춤이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모더니즘 예술과 마찬가지로 현대춤이 태생적으로 쉽지 않은 춤이라는 말이다.

영어단어 ‘dance’가 일본식 번역어 ‘무용’으로 우리에게 온 지 100년 정도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 100년 동안 우리는 이렇게 태생적으로 쉽지 않은 현대춤을 이해하고 느끼는데 필요한 어떠한 여유와 정보를 얻지 못했다. 그러니 현대춤이 지금 우리 곁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손님처럼 어렵고 어색한 것이다.

춤을 어려워하는 이들은 왜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춤을 만들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 물음에는 두 가지로 답한다. 첫 번째, 작품을 관객을 생각해서 쉽게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해진 길이(시간)에 창작자가 원하는 것을 녹여내려면 하나의 움직임에 이중 삼중의 은유를 중첩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답은 당신은 작품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얼마만큼 해보았냐는 것이다. 작품의 완성은 창작자가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의 능동적 재해석을 통해 이뤄진다. 창작자의 의도에 개의치 말고 자신만의 필터로 이해하고 즐기시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할 일은 아무 춤판이라도 끼어드는 일이다. 잘났고 못난 것 다 만나봐야 안목이 생기고, 춤의 문법을 알게 된다. 누구나 끼어들어 같이 놀고 자빠지는 들놀음(야류)이 두 종류나 살아있는 부산인데 전혀 주저할 필요가 없다.

춤 비평가·민주주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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