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임과정서 빚은 갈등해결 우선
- 시-영화인 공론의 장도 모색 중
- BIFF·영상위 등 통합에는 반대
- 기관마다 각자의 고유역할 있어

- 20년간 물적 인프라·체계 구축
- 이제 실질적 성과낼 방안 모색

8개월 가까이 장기간 공석 상태였던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김휘(50) 감독이 지난달 25일 선임됐다. 그는 영화 ‘해운대’ 시나리오를 쓴 작가이자 ‘이웃사람’을 연출한 감독이면서 부산의 영화제작사인 케이프로덕션 대표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여기에 부산영상위 운영위원,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으로도 활동해 부산 영화계의 현실을 파악하고 있다. 부산의 영화·영상 분야 활성화와 함께 건강한 지역 영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오거돈 부산시장의 의지에 따라 현장 경험이 풍부한 김 위원장이 중책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선임된 김휘 감독이 1일 사무실 앞에서 지역 영화 인력 양성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김 위원장은 1일 국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 ‘영화도시 부산’의 물적 인프라와 지원 체계를 충분히 구축했다”며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낼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영화인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운영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지역 영화인들의 쓴소리를 수용하고 체계적인 인력 육성·운영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는 지난 9월 김 감독을 부산영상위 신임 운영위원장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부산지역 상당수 독립영화인이 합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최윤 전 운영위원장에 대한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김 감독에 대한 운영위원장 승인 절차가 지연됐다. 승인 이후에도 지역 영화인들은 향후 투명한 인사절차를 위한 공모제 도입, 이사진 교체, 정관 개정 등을 요구하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선임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져 마음이 무겁다”며 첫 번째 과제로 지역 영화인과 소통·화합을 꼽았다. 그는 “영화인들이 요구하는 정책을 부산시에 연결하고 중재하는 소통 창구가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부산영상위가 지역 영화인과 부산시가 정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겠다. 인사 절차와 정관 개정 등도 절충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영화의전당, 부산영상위 등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에는 부산영상위 산하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와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기관마다 고유한 역할이 다른 만큼 형식적인 통합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들었거나, 관련 논의에 참여한 적은 없습니다. 영화의전당과 BIFF를 시설과 콘텐츠의 결합으로 통합·운영하는 것은 논의할 수 있지만, 부산영상위는 설립 목적과 역할이 전혀 다릅니다. AFiS와 KAFA 역시 같은 교육 기관이라도 주체가 부산시와 정부 기관이라는 점, 교육 대상이 아시아인과 국내 영화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큽니다. 상호 보완적인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면 몰라도 형식적인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2년 임기의 포부를 묻자 그는 “임기 안에 부산에서 제작된 영화가 대중적인 성과를 얻는 사례를 많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영화 기획부터 제작, 배급까지 전 과정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이 온전한 ‘영화 도시’가 되려면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전국의 대중이 호응하는 영화가 여러 편 나와야 한다. 이를 통해 대중의 인기를 얻는 감독과 배우가 배출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1년에 최소 2~3 작품의 ‘부산표 영화’가 나올 수 있다. 또 영화의 기획·제작보다 중요한 배급과 홍보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지역 인력 양성을 강조했다. “매년 부산지역 대학에서 2000여 명에 달하는 인력이 배출됩니다. 졸업 후 지역에서 훈련된 인력이 서울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 인력이 지역 영화 산업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 부산영상위의 본래 역할인 영화 제작, 영상물 촬영 유치 등에도 집중해 순차적으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홍주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