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22> 이렇게 살아보니 살아지더라- 페이퍼컴퍼니 대표, 마필

이것저것 다 관심있는, 그래서 행복한 작가이자 ‘주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06 18:40:18
  •  |  본지 20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마필 작가와 나는 얼마 전 촬영한 영화에서 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났다. 당연히 영화감독인 줄 알았던 마필 감독은 부산 인디밴드들의 뮤직비디오들을 몇 편이나 촬영·연출했다고 했다. 뭐 어쨌든 같은 영상작업이니까.
   
마필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 페이퍼컴퍼니 제공
알고 보니, 꽤 익숙한 음반 디자인과 지역잡지 편집 디자인, 독립 영화 포스터와 공연, 전시 포스터들도 마필 작가의 솜씨였다. 심지어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한 이력도 있고 지금은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다. 회사명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꽤 유명한 회사인 것 같다. 주로 뉴스에서 들어본 것 같다. 마필이 운영하는 1인 회사의 이름은 바로 ‘페이퍼컴퍼니’다. 과연 어떤 사람일까? 마필 작가에 대한 궁금함이 증폭되고 있던 중 불쑥 연락해 부산대학교 후문 쪽에 있는 갤러리를 겸한 그의 작업실에 찾아갔다. 커피도 녹차도 없다며, 뜨거운 물이 담긴 머그잔을 건넨 마필 작가는 과묵해보이던 첫인상과 달리 나긋나긋한 차분한 목소리로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묘하게 집중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지면이 한정돼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애초에 공부에 뜻이 없었던 학창시절의 마필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하며 돈을 벌었다. 번 돈으로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샀다. 돈이 남아 있으면 의뢰가 들어와도 거절해왔다고 했다. 대부분의 경우 그래피티 작업은 불법이고 범죄였다. 어느 날 주인모를 담벼락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마필에게 경찰이 다가왔다. 잔뜩 긴장하고 있는 마필에게 경찰은 작품의도를 물어보고, 잠깐 감상하다 떠났다고 한다. 불법이라 인식조차 못할 정도로 그래피티는 생소한 작업이었다. 20대 때는 그냥 열심히 그림만 그렸다. 어느 정도의 돈이 있으면 평생 그림만 그리고 살 수 있을까? 당시 마필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한 달에 30만 원이었다. 그 정도로 사회성이 떨어지던 시절이었다. 그래피티는 익명성이 매력이었지만 한국이란 나라에선 그게 잘 지켜지지도 않았다.

좀 더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싶었던 마필은 2014년부터 ‘논리적 후원’이란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도움이 필요한 개인이나, 기관, 단체, 회사, 뮤지션들에게 1 년 동안 무보수로 자발적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좋은 의도로 무보수로 작업을 고수했지만, 간혹 누군가는 오해를 하기도 했고, 어쩌면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반대로 돈을 버는 작업을 시작했다. 회사에 출근하는 건 체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자체판단하고 2015년부터 가상의 회사라는 의미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가상 회사라는 의미와는 달리 사업자등록도 돼 있다.) 편집디자인의 최소단위인 종이를 뜻하는 중의적 의미도 있다.

   
본격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작업으로 돈을 벌고 있지만, 지역 인디 뮤지션들과 관련된 작업은 후원 개념으로 돈을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밴드 스카 웨이커스의 2집 앨범 같은 경우엔 대중들에게 최초라고 알려진 GD(지드래곤) 보다 먼저 USB 앨범을 시도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작업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누군가 뭐하는 사람인지 묻는다면 마필작가는 과연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했다. 보통 ‘주민’이라 대답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저 관심사가 다양한 것이고, 관심 있는 일을 진행하며 행복해하는 주민일 뿐이라 한다. 이것, 저것 다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체에 따라서 표현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 한다. 문득 새롭게 꽂힌 분야가 있는지 물으니, ‘과학’이라는 예상치 못한 대답을 한다. 물리학을 이해하고 싶어 쉬운 것부터 찾아보고 있는 중이란다. 한참을 수다 떨며 마필 작가를 나름 어느 정도 파악해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실패다. 앞으로 더욱 더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 할 수밖에 없겠다. 참고. 페이퍼컴퍼니 홈페이지(https://cargocollective.com/papercompany)
작가·다큐멘터리감독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부산의 산동네와 재일코리안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2019년 부산인디 씬의 새로운 조류, 플랫폼스테레오
국제시단 [전체보기]
제 몸을 태우는 그늘 /이기록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책 읽고 싶은 금요일, 다 같이 책방에서 볼까요
문학수업 듣고 창작하고…동네서점서 누리는 ‘소확행’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새 삶을 얻은 반려견의 ‘견생 2막’
어른 싸움으로 번진 거제 학교폭력의 진실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아이디어
새 책 [전체보기]
인디고 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아람샘과 인디고 아이들 지음) 外
지명직설(오동환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일본인의 소울 푸드가 된 카레
애플, 스탠딩 데스크 왜 쓸까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잃어버린 꽃-모닝 커피’- 전두인 作
‘Sea2016-2’ - 전미경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정든 우리 동네 떠나기 싫어요 外
로봇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했나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미생 /이광
동백 /최은영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8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한국 첫 아카데미 예비 후보 ‘버닝’…상상이 현실 될까
남북영화인 만남, 제2 한류붐 …2019년 대중문화계 희망뉴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연애의 풍속도에 담긴 청춘 세대 현실
마약왕, 이미지 낭비만 많고 사유는 빈곤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이민족 귀화 많았던 고려사에 난민문제 혜안 있다 /정광모
사소한 일상 꿰뚫는 삶의 지혜, ‘밤의 전언’에 시대 통찰 있다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긴 겨울밤도 체호프의 유쾌한 단편이면 짧아져요 /강이라
요술손 가졌나…뭐든 척척 초능력 할머니 /안덕자
현장 톡·톡 [전체보기]
“교육기회 빼앗긴 재일동포…우리가 돕겠습니다”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1월 18일
묘수풀이 - 2019년 1월 1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元曉不羈
惠宿同塵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