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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형률 잊을 수 없어, 그의 1만2725일 기록했다”

다큐영화 ‘리틀보이 12725’ 김지곤 감독을 만나다

  • 국제신문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18-11-08 18:52:52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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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폭 환우 2세 운동에 헌신한
- 반핵인권운동가 김형률 추모작

- 올해 BIFF 초청작 선정 이어
- 10, 11일 ‘부산영화를 만나다’
- 부산영상위 기획전 상영 예정

“2015년 부산민주공원 소식지를 통해 김형률 선생님 서거 10주기 추모 기념식수 사진을 봤습니다. 그런 분을 몰랐다는 게 부끄러워 선생님의 부모님을 찾았습니다.”
   
김지곤 감독이 지난 7일 작업실에서 원폭피해 2세이자 부산의 반핵평화인권운동가인 고 김형률의 발자취를 따라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부산에서 활동하며 소외된 사람과 공간을 기록하고 관심을 환기시키던 김지곤 감독이 이번에는 ‘리틀보이 12725’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원폭피해 2세이자 부산의 반핵평화인권운동가인 고 김형률(1970~2005)의 불꽃같은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고 김형률 씨. 사진가 윤정은 제공
지난 7일 중구 40계단 인근 작업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김형률을 몰랐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껴 영화를 시작했다고 했다. 우연히 김형률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 김 감독은 동구 수정동에 있는 김형률의 방을 찾아 그의 일기를 읽었다. 김형률이 생전 만났던 사람을 만나고, 다녔던 새마음 야학을 찾아가 시집을 찾아내는 등 김형률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긴 호흡으로 그를 다루겠다고 결심한 뒤 영상 전시회에 이어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김 감독은 “선생님은 건강이 나쁜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활동했다”며 “본인의 아픔만 이야기 하신 분이 아니다. 남의 아픔을 돌봤다”고 김형률에 빠진 이유를 전했다.

김 감독은 “선생님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많은 것을 남기고 간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서관에서 원폭 피해 관련 책을 빌렸는데 기증자가 선생님이었다. 그만큼 선생님에게서 출발한 것이 일상 속에 많다고 생각했다”며 “추모제에 모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가 남긴 메시지가 아직도 이어진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김형률을 포함해 2명으로 시작한 한국원폭 2세 환우회는 현재 130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경남 합천평화의집에 모여 교류한다. 김형률은 또한 부산반핵영화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자신의 영화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영화 제작 과정의 일부로 마련된 ‘당신의 방에서 생각한다’ 특별 전시회도 이 같은 주제로 열렸다. 김형률이 살던 방을 방문한 관람객은 한 시간 동안 머물며 원폭 3세 이노우에 리에 작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고 김형률을 기억했다.

‘리틀보이 12725’는 틀에 박힌 일대기가 아니다. 김형률이 꼼꼼하게 남긴 기록을 통해 그가 살아온 1만2725일을 돌아본다. 보여주는 방식은 담담하지만 전하는 감정은 강렬하다. 김형률의 일기장을 통해 그가 만난 사람을 만나고 다닌 곳을 따라가면서, 그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김 감독은 “기존 다큐와 달리 새로운 시도를 했다. 기록을 토대로 생전 다녔던 곳을 가보고, 선생님의 영혼이 찾고 싶은 공간이 어디일까를 생각해 영화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부산 동구 삼일극장의 마지막을 담은 ‘낯선 꿈들’(2008)에서 시작해 산복도로 개발 산업으로 밀려난 할머니들을 그린 ‘할매’(2011) 시리즈에 이어 ‘리틀보이 12725’에서도 부산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주위에 있는 것에 관심을 갖고 찍기 때문”이라면서 “부산 사람들의 정서랄까, 촬영 허락을 잘 해주시는 것도 한 몫 한다. 할머니들도 김형률 선생님의 부모님도 흔쾌히 촬영 허락을 해주셨다”며 미소 지었다.

영화는 지난달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초청작으로 선정 됐다. 오는 10, 11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에서 열리는 부산영상위원회 주최 기획전 ‘부산 영화를 만나다’에서 관객과 만난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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