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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부산, 영화를 만나다’로 본 독립영화의 면면들

영화 ‘영하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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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1-15 19:00:0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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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 11일 해운대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부산영화기획전 ‘부산, 영화를 만나다’는 지역을 기반으로 창작된 독립영화의 면면을 보여준 기획전이었다. ‘영하의 바람’(2018) ‘낯선 자들의 땅’(2017) ‘리틀보이 12725’(2018) ‘아빠는 예쁘다’(2017) ‘기프실’(2018) 등 다섯 편의 영화들은 부산의 장소성이 어떠한 시각과 윤리적 에토스(Ethos)에서 다뤄지고 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작품들이다. 그 중 ‘아빠는 예쁘다’를 제외한 네 편은 과거와 현재, 아직 도래하지 않은 근미래 등 각기 다른 시제(時制)를 다루지만 점차 파괴되어가는 것들, 소멸될 운명으로 버티어나가는 공간과 사람의 뒤안길을 다룬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영화‘영하의 바람’의 한 장면.
‘영하의 바람’은 1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여성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근래 독립영화계의 한 경향을 대변한다. ‘영하의 바람’을 비롯해 ‘벌새’(2018)나 ‘영주’(2017)의 소녀들은 아직 필요한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세상의 비정함을 경험하며 인생의 암흑기를 통과한다는 데서 동일한 양상을 보여준다. 어머니가 이혼한 뒤 서울을 떠나 부산에서 새 아버지와 한 집안에 살게 된 영하는 추행을 당한 뒤 집에서 뛰쳐나와 옛 단짝 미진과 함께 한다. 경제적,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어야 할 가족 공동체의 기능은 진즉에 해체되었으며, 의지할 곳이 남아있지 않는 소녀들 앞에는 고시원 단칸방과 아르바이트만이 남아있다. 영하의 바람(Wish)은 영하의 바람(Sub-zero Wind)과 같은 현실의 냉혹함 앞에서 배반당한다.

‘낯선 자들의 땅’은 일종의 SF이다. 고다르가 ‘알파빌’(1965)에서 당시의 파리를 미래라고 우겼던 것처럼, 영화는 원전 사고라는 디스토피아(Dystopia: 암울한 미래)적 상황을 현재의 배경으로 끌어와 탈출을 도모하는 인간 군상의 아수라를 그려낸다.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는, 머잖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내밀한 공포는 수몰 지구를 다룬 다큐멘터리 ‘기프실’에서도 윤곽을 드러낸다.
‘할매’(2011) 시리즈가 개발 사업으로 인해 밀려난 할머니들을 다루었던 것처럼, ‘기프실’은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영주댐 건설로 사라져가는 마을의 풍경과 사람들의 인터뷰를 진솔하고 투박한 터치로 담아낸다. ‘리틀보이 12752’는 원폭피해 2세이자 반핵평화인권운동가 김형률(1970~2005)의 존재를 조명한 영상 기록이다. 소재는 다르지만 이 다큐멘터리들은 누군가 애써 기억해주지 않으면 잊혀져 갈 고립된 세계, 사라져가는 시간에 대한 집요한 시선의 산물로, 누추하고 남루한 것들, 굳이 꺼내어 터뜨리고 싶지 않은 과거사를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지워버리려는 국가장치의 어두운 욕망을 응시하려 한다.

   
‘부산, 영화를 만나다’에서 만난 네 편의 영화들은 일체의 낭만적 정취를 띠지 않는다. 각기 다른 감독에 의한 다른 형식의 작품들이지만 그 기저에는 하나같이 소멸되고 파괴될 세계에 대한 불안, 고립된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 절멸과 망각에의 비극적 정념이 깔려 있다. 현실과 역사의 주박에 묶인 상상력의 부재, 그리고 피해자 서사의 반복.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난 상상력, 일말의 낙관과 심미성을 품은 새로운 부산 영화의 도래를 바라는 건 어려운 일일까?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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