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과 의사의 5년간 상담 기록
- 입시경쟁서 승리한 그들이지만
- 실수 두려워하고 남의 시선 의식
- 우울·무기력으로 이어져 위험
- 부모는 자녀에 실패할 자유 줘야

이번 주 소개하는 책은 ‘어린 완벽주의자들’이다. 부제가 ‘대한민국 최상위권 학생들은 왜 행복하지 못한가?’이다. 책 속을 들여다볼 필요 없이 표지에서 책 내용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5년간 1000건이 넘는 의대생 심리 상담을 진행한 정신과 의사가 대한민국 학생과 부모, 교사들에게 전하는 행복 지침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엘리트로 알려진 의과대학생들이 완벽주의로 인해 마음의 병을 안고 있다. ‘어린 완벽주의자들’은 심리 상담으로 드러난 의대생들의 아픔을 소개한다.

표지만 보고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의대생 심리 상담 보고서? 그러면 의대생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뜻인가? 청년 실업이 만연한데 앞날이 창창한 예비 의사들의 배부른 푸념인가?

책을 펼치면 완벽주의와 의대생, 행복이란 단어가 날줄과 씨줄로 엮인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의학교육학자인 저자가 말하고 싶은 본질은 행복한 삶의 추구이고 그것을 가로막는 것이 완벽주의다. 따지고 보면 완벽주의는 어느 사회나 조직, 개인에게 있다. 산소처럼 우리 삶에 너무 깊숙이 파고들어 쉽게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것이 가장 도드라진 곳이 예비의사들이 모인 의과대학이다. 그럴 만하다. 한때 물리학과가 천재들의 상징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경향은 다르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학교를 불문하고 몽땅 의대로 몰려가고 나머지 학생들이 성적 순서대로 가는 게 서글픈 현실이다. 의대는 공부와 입시라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집단이다. 적어도 입시 공부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완벽주의에 해당하는 집단이 맞다.

저자는 1000건이 넘는 의대생 심리 상담 결과 완벽주의가 강박으로 작용해 학생들이 행복하기는커녕 마음의 병을 안고 있다고 진단한다. 구체적으로 완벽주의자의 특징을 몇 가지 열거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혹시 본인이 여기에 해당되는지 유심히 보기 바란다. 가장 큰 특징은 당위성에 대한 집착이다. 즉 모든 일에 정답이 있다는 믿음, 옳은 선택이나 바람직한 행동을 중시하는 태도가 완벽주의를 암시하는 강력한 단서다. 여기에 완벽주의자가 두려워하는 것이 실수다. 그래서 객관적인 평가에 집착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 중 상당수는 고개를 꺄우뚱할 것이다. 완벽주의가 왜 문제지? 세상을 바꾸고 진화시킨 주인공들이 완벽주의자 아니었나? 세상은 언제나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것 아닌가?

20세기까지 ‘개발’이란 단어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핵심 키워드였다면 21세기는 ‘행복’이다. 개발이나 진화 같은 거대한 담론을 위해 희생하거나 완벽주의로 자신을 질식시키는 것보다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쪽으로 사람들 의식이 변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완벽주의는 결핌감을 낳고, 결핌감은 우울과 무기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완벽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들에게는 자녀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자고 충고한다. 그러면 우리 모두 행복할 수 있을까.

김희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