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해운대 1호 버스커인 그
- 록발라드 가수 데뷔 후 꿈 접고
- 제대 후 방황하다 고향 부산 와

- 고대가요·시조·불교경전 등
- 우리 전통의 소리에 록 접목
- 자신만의 노래 부르는 소리꾼
- 올봄 첫 번째 싱글 ‘봄바람’ 나와

싱어송라이터 이동진은 자신을 고대가요 옛시조 자작시조 자작시에 선율을 붙여 지극정성으로 노래하는 ‘소리ist’ 라고 소개한다. ‘소리ist’는 소리꾼과 보컬리스트를 조합해 직접 만든 명칭이다. 학창시절부터 그는 동경해오던 록스타 김경호가 소속돼 있던 기획사에 발탁돼 연습생 시절을 보냈고, 25살이 되던 해에 드디어 ‘이표’라는 이름으로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옛시조 등에 선율을 붙여 노래 부르는 ‘소리ist’ 이동진의 공연 모습. 이동진 제공

당시 인기차트와 노래방을 휩쓸었던 주류 장르였던, 애절한 록발라드를 부르는 신인가수로 데뷔해 방송과 공연 활동을 이어가다 많은 신인가수가 그러하듯, 소속사와 문제로 꿈을 접고 입대했다. 제대 후 오랜 방황 끝에 고향 부산으로 돌아온 이동진은 우연히 해외 거리 뮤지션의 공연 영상에 자극받아 기타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지금은 광안리나 해운대에서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버스킹을 하는 이들도, ‘버스킹’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지하철, 상가, 해운대 바닷가 등에서 홀로 노래하다 쫓겨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결국 수소문 끝에 소방서 관리과에 찾아가 거리공연을 허락받았다. 어쩌면 이동진은 해운대 1호 버스커일 것이다.

불특정 다수 앞에서 노래하는 건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취객들이 시비 걸며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고, 흉기를 들고 달려든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후 춤꾼 이정민과 함께 ‘곱창카레’ 라는 팀을 결성해 수많은 집회, 행사 공연을 5년간 이어오다 해체한 뒤, 자기만의 소리를 찾아 우리 전통 소리와 록을 접목해 고대가요, 시조, 불교 경전에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사물놀이를 시작해 꽹과리 상쇠로 생애 첫 공연을 시작한 만큼, 우리 전통 소리를 접목해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어릴 적부터 즐겨 듣던 명창 박동진 선생의 ‘적벽가’ 음원을 7년 동안 따라 부르며 독학으로 소리를 연마했다. 가시리, 청산별곡, 정읍사, 단심가, 공무도하가, 하여가 등 시조와 불교 경전, 자작 시조를 포함해 벌써 50여 곡이 넘는 곡을 만들어 작년부터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대학교 앞 문화 공간 머지에서 첫 번째 단독공연을 했고, 지난달 21일 아이씨밴드, 현미, 밴드버와 함께 했던 소극장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예전에 국어 교과서에서 배웠던 익숙한 시조를 노래로 들으니 더욱더 친근하게 와 닿는다는 관객의 반응도 있었다. 우리 소리를 좀 더 많은 사람과 친근하게 공유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의 노래가 여전히 어렵고 낯설게 느껴진다면 사극 드라마 한 편 본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즐겨달라고 당부한다. 새해 봄에는 첫 번째 싱글 ‘봄바람’을 발표할 계획이다. 역시 국악풍의 대중적인 곡이지만 중국, 대만의 오래된 대중가요 느낌도 있다. 어린 시절 즐겨봤던 홍콩영화 속 등려군의 노래처럼 아련한 감성을 담아냈다고 한다. 어떤 뮤지션으로 남고 싶은지 물으니, 지금껏 그래왔듯,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계속 가고 싶다고 했다. 남들이 가지 말라고 만류하는 길을 갈 때 재미를 느끼는 청개구리 기질을 타고난 것 같다. 제2의 누군가가 되는 것보단 소소하더라도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오로지 재미를 좇아가고 있고 그것이 노래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새해부터는 ‘소리ist’ 이동진이 또 어떤 길을 발견하고, 소리로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