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그렇게 눈총을 쏘아대는지, 온몸이 벌집이 되는 것만 같아 외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조롱이 따끔따끔한 화살과 같았다면, 어른들의 동정 어린 시선은 그야말로 총알처럼 박혔습니다. 우와, 대한민국은 총기 규제 국가라더니 그거 다 뻥이었어요!’(37쪽)

‘그래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장애인으로 한국 사회를 사는 저자가 주인공 띵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동화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장애인도 장애인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겪지 못한 일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인정하되 각자의 상처만 들여다보지 말고 눈을 들어 서로의 다름을 보고 소통하자는 바람을 담은 글이다. 장애를 다루고 있지만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풀어내 독자를 금세 무장해제 시킨다.

주인공 띵이(사진)는 천국에서 이름 날리는 아기천사 작가였다. 행복한 천국 생활이지만, 천사들에겐 꼭 한번 다녀와야 하는 군대처럼 지구 생활의 임무가 주어진다.

어디에서든 사랑받았던 띵이 천사는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태어난다. 잘 나가던 천사의 지구 경험은 고단함의 연속. 권총보다 아픈 눈총을 막아낼 방탄 심장 갖는 법, 도움 없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비참함, 장애로 사랑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슬픔까지 장애인으로 살면서 겪는 구체적인 감정이 생생하지만 다정한 동화로 풀어내며 자연스러운 공감을 자아낸다.

‘기적처럼 건강해질 일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일도 결코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가끔 지쳐 쓰러지고, 눈물지을 때도 있겠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럭저럭 살 만한 인생인 것입니다.’(235쪽)

이제는 웬만한 일에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튼튼한 심장의 저자는 이야기의 끝까지 긍정적이고 유쾌하다. 띵이와 친구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 역시 가슴 따뜻하고 행복한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