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 대한 지각지능 높을수록
- 객관적으로 본질을 볼 수 있어
- 사이비 종교 등에 속지 않고
- 재난 상황에서도 생존율 높아
- 필요에 따라 재가공되는 마음
- 인정하는 훈련하며 향상해야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과연 실재인가. 이런 질문은 낯설지 않다. 오랫동안 수많은 철학자가 고민한 궁극적인 물음 중 하나다.

새로 나온 책 ‘지각기능’은 과학적인 측면에서 이 질문에 대답하려고 한다. 저자 브라이언 박서 와클러는 안과와 인간 지각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안과 전문가가 눈으로 본 세계의 실재뿐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과 마음의 작동 방식에 관해 연구한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주장하는 ‘지각지능’(Perceptual Intelligence·PI)은 환상과 실재를 구별하기 위해 경험을 해석하고 때로는 조작하는 방식이다. PI는 상당 부분 감각과 본능에 의존하지만 때로는 감정과 기억에 의해 좌우되거나 왜곡된다.

사례를 보면 흥미롭다. 경쟁 정당에 속한 사람들이 똑같은 정치 토론 방송을 시청한 뒤 결과에 대해 정반대 견해를 드러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몇 주 동안 형사재판에 참여한 10명의 배심원은 똑같은 증거와 증언을 보고 듣지만 피의자가 유죄인지에 관해 다른 결정을 내린다.

저자는 여기서 PI가 작동한다고 본다. PI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획득하는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PI가 높아지면 최대한 객관적으로 현상에 접근할 수 있으며 긍정적이고 행복한 인생을 구현하는 데 유리해진다고 강조한다. 똑같은 병에 걸려도 PI가 높으면 치료 효과가 좋고 재난에서도 생존할 확률이 높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스포츠의 경우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을 예로 들며 환상의 이미지를 실제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조던은 농구 경기 중 눈을 감고 자유투를 던져 깨끗하게 성공시킨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반면 PI가 낮으면 논리와 이성이 결여된다. 가령 영업사원이 내놓은 공짜 커피와 간단한 스낵을 먹고 나면 자동차를 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거나 광신의 세계에 빠지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사이비 종교를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PI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마음이 생각했던 것보다 유연하고 필요에 따라 조형되고 재가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PI가 향상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PI를 직관과 연결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1959년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3명의 음악가를 보여준다. 이 중 한 명은 ‘라 밤바’로 유명한 리치 밸런스다. 3명은 비행기를 타면 안 된다는 직관의 신호를 듣지 않았다가 비극적인 운명을 맞았다. 저자는 머릿속에 첫 번째로 떠오르는 직관적 느낌에 주목하지 못하고 과잉 분석을 하는 것은 옳은 결정을 내릴 확률을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PI가 낮으면 쉽게 세뇌돼 삶이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PI를 높이자.

김희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