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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28> 1980년대 감성을 새롭게 풀어나가는 80년대생들- 밴드 88

80년대생들이 만드는 80년대 사운드… 추억의 그 시절이 새록새록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28 18:45:5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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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어감부터 팔팔하게 기운 넘치는 이 숫자는 여러 가지 이미지와 기억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단종되었지만, 한때 군부대에도 보급되었던 국민 담배 88, 롤러스케이트 장에서 울리던 마돈나, 마이클 잭슨, 아하 등의 팝송, 그리고 88 올림픽.
   
밴드 88의 멤버들. 왼쪽부터 김현광(드럼) 홍기원(보컬) 신재이(기타) 김성빈(베이스). 밴드 88 제공
밴드 88의 리더 김성빈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당시 고작 3살이었지만, 조르지오 모르더가 작곡하고 코리아나가 불렀던 88 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들을 때마다 국민의례를 하듯,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신시사이저를 앞세운 파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도가 넘쳐났던 당시의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영화들과 패션, 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5월 부산음악창작소의 지원을 받아 발매한 밴드 88의 첫 번째 EP 앨범 ‘환상특급 : Twillight Zone’은 이런 1980년대 느낌을 충실하게 재현하고자 LP로 제작을 결정했다. 체코에 LP 제작을 의뢰했고, 장당 제작비만 만 원이 들었다. 갈수록 스트리밍을 통해 손쉽게 음악을 즐기는 추세라, CD 역시 소장품에 가까워졌지만, 이왕이면 좀 더 크고 근사한 소장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타이틀 곡 ‘환상특급’의 뮤직비디오 역시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 부산대학교 앞, 다대포 등 익숙한 부산 곳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마치 노래 제목처럼 80년대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되었던 외화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으로 담아내기 위해 캐나다 출신의 독립영화감독 팀 포우(Tim Paugh)가 연출을 맡았다.

수록곡 중 9분에 달하는 ‘올림픽’이란 곡도 강력하게 추천하는 트랙이다. 스포츠 뉴스의 힘찬 시그널 뮤직이 연상되는 역동적인 곡이다. 밴드 88의 EP ‘환상특급’은 발매 당시 많은 유명 뮤지션을 제치고 K-인디 차트 15위에 올랐고, 음악 웹진 ‘음악취향Y’에서 올해 주목해야 하는 신인으로 선정되었다. 오는 3월에는 서울 제비다방과 채널1969에서 두 차례 단독공연이 확정되었고, 오는 10월께 첫 번째 정규앨범을 완성하기 위해 한창 곡 작업에 매진 중이다.

정규앨범 역시 한국인 감성으로 풀어낸 뉴웨이브 사운드를 구현하고 싶다고 한다. 어릴 적엔 좀 더 다양하고 새롭게 느껴지는 외국 음악을 동경하기도 했지만, 무작정 따라가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부산에서 나고 자란 이들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감성이 분명히 있고 어쩌면 그것이 특혜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 진출 또한 시도해보고 싶고, 가능한 많은 이에게 밴드 88의 음악을 알리고 싶다고 한다.

밴드 88은 현재 굿 카펜터스 레코즈에 소속되어 있다. 그동안 부산 음악 씬에서 부족하고 아쉽다고 느꼈던 점을 극복해보자는 의도로 동네에서 자주 어울리는 형들과 의기투합해서 만든 신예 지역 인디레이블이다. 록, 뉴웨이브, 힙합 등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팀이 속해 있다.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레이블이다. 아직 부산 음악 씬만의 특별한 강점이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그 특별한 강점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많은 이가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밴드 88 역시 그들 중 하나일 것이다.
   
요즘 길거리에서도 아이돌 음악처럼 퀸의 노래가 터져 나오고, 젊은 신예 뮤지션들은 아재들에겐 추억 어린 그 시절 사운드를 다시 소환하고 있으며, 10대와 20대 팬들은 그것을 ‘힙하다’ 여기며 열광한다. 흔히 말하는 레트로 열풍이다. 1980년대 뮤지션들의 미래지향적인 전자음은 어쩌면 2019년즈음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밴드 88이 상상하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쨌든 지금은 세대를 넘어 함께 신명 나게 즐길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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