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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유전자는 어쩌다 질병 유전자가 됐을까

진화의 배신- 리 골드먼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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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약한 존재였던 인류의 조상
- 배고픔·탈수·폭력·출혈로부터
- 살아남기 위해 진화 거듭했지만
- 음식 과다 섭취·운동부족으로
- 비만 우울증 등 현대병 초래
- 되레 생명 위협하는 독이 됐다

어떤 책은 흡인력이 워낙 강해 읽다가 푹 빠져들게 되고, 책을 읽고 나면 남에게 권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신간 ‘진화의 배신’은 딱 그런 종류의 책이다. 부제가 ‘착한 유전자는 어째서 살인 기계로 변했는가’인 이 책은 술술술 읽히는 ‘쉬운 책’이라 하기는 어렵다. 최신 의료 지식과 까다로운 의학 관련 설명이 꽤 많은 분량으로 자주 나온다. 게다가 인류의 진화를 둘러싼 다채로운 정보와 근거가 책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이 분야에 관심이 적은 독자에게는 조금 까다로울 수 있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이는 시대가 되면서 과거에는 인류의 생존을 돕던 유전 형질이 위험한 무기로 돌변했다.
만약 ‘의학 지식 및 건강’과 ‘인문학’에 동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또는 ‘인류의 기원’과 ‘내 건강’이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주제를 통합해 사유해보고 싶은 열린 마음의 독자라면, 이 책은 ‘엄지 척’이다.

이 책의 안정감과 신뢰감은 우선 저자 리 골드먼 박사의 보기 드문 역량에서 나온다. 저자는 미국의 저명한 심장병 전문의이며 현재 컬럼비아대 의학건강과학대학원 학장, 컬럼비아대병원 원장이다. 그는 예일대에서 의학과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공중보건대학원에서는 전염병학 교수를 지냈다. 이런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저자는 최신 의학 지식과 임상의 성과, 통계 그리고 인류 진화 연구에 관한 최신 정보를 거의 ‘속사포’ 수준으로 책에 반영한다. 자료와 근거를 풍부하고 알기 쉽게 제시하는 힘이 탁월하다.

이와 함께 ‘진화의 배신’이 보여주는 설득력과 흡인력은 주제 의식 자체에서 그리고 논지 전개의 기본 틀에서 온다. 그 틀은 이렇다. 우리가 첫 현생 인류로 치는 호모 사피엔스에 관한 최초의 고고학적 증거는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호모 사피엔스는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다. 인류도, 인류의 조상도 연약한 존재로 출발했다. 힘없고, 크지도 않고, 뿔이나 강력한 이빨 같은 무기도 없고, 빨리 달릴 수도 없으며, 밤눈이 밝은 것도 아니다. 인류의 조상은 살아남아야 했다.

그렇게 해서 길고 긴 진화의 세월 동안 특유의 유전 형질을 획득하게 된다. 이 형질은 인류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을 줬다. ▷강한 식욕과 열량 축적 본능(뷔페에 갔을 때 본능적으로 음식을 많이 담게 되는 우리 모습을 떠올려 보라) ▷치명적 탈수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지니게 된 물과 소금에 대한 욕구 ▷싸울 때, 도망칠 때, 복종할 때를 판단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심리 능력 ▷피가 나도 곧 응고시켜 출혈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낮추는 능력이다.

   
짧게는 호모 사피엔스 등장 이후인 20만 년 전부터, 길게는 수백만 년 동안 획득한 이 같은 형질은 그대로인데 세상이 너무 빨리 변했다.

인류가 지금처럼 엄청나게 풍요한 음식과 움직일 필요가 줄어든, 낯선 상황에 부닥친 것은 기껏해야 100년이 됐을까? 이는 고혈압, 비만, 당뇨, 신장질환, 우울증, 자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심장마비, 뇌졸중 등이 등장해 인류를 위협하는 배경이 된다.
이 책은 이에 관해 의학적으로 매우 상세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예측한다. 특히 비만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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