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일 작가

- 평면에 입체적인 한글 배열 눈길
-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초대

# 최창임 작가

- 화려한 꽃 이미지 이면의 잔상
- 부드러운 곡선의 에너지 표현

	최창임 작가의 ‘러블리 로즈(Lovely Rose)’

서로 다른 작품 세계가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진다. 한글을 소재로 한 평면 조형과 생명의 역동적 에너지를 형상화한 그림들. 작품의 독창성을 오롯이 지켜내면서도 한 공간에서 하나로 어우러져 관람객을 맞는다.

경남 김해시 대청동 갤러리 K에 마련된 손일·최창임 개관초대전 ‘모듈의 발견과 진홍 잔상의 기억’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한국미술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다.

손일 작가는 2002년 간송미술관에서 국보로 지정된 한글 초판 자료 훈민정음을 보고 영감을 얻은 후 현재까지 한글과 문자를 소재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유실된 훈민정음 목판 원본을 재생하고 복원하는 작업에서 시작해 2013년부터는 문자와 기호를 주제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손일 작가의 ‘Letter17914’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한국적 정서를 머금은 조각 작업을 주로 한 그는 평면과 부조를 오가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Letter17914’는 평면인 화면에 언어의 가장 기본이 되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 기호들을 불규칙한 배열과 부조 형식으로 표현했다. 언어의 응축된 이미지는 추상적이면서도 감성적이다. 특히 눈길을 잡는 것은 재료에 대한 작가의 집념과 도전이다. 작품마다 실·닥종이·연탄·도료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다. 입체적인 각도로 연출된 글자들은 다양한 재료를 만나 한글 특유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준다. 손 작가는 “작품의 골격은 같지만, 피부의 색과 느낌은 전부 다르다. 재료의 질감이 갖는 언어성에 대한 개념을 강조하려고 한다. 재료의 독특한 품성이 화면의 구조체로 환원될 때 일종의 밀착된 호흡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창임 작가는 꽃의 이미지 이면의 잔상, 에너지를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보여주는 선과 형태, 색채 등 모든 조형 요소는 주제와 오묘하게 어우러진다. 그림 속 수많은 선은 마치 사물을 보고 난 후 눈을 감았을 때 그려지는 잔상을 닮았다. 곡선의 부드러움이 역동적인 기운을 받아 쉼 없이 움직이고 파동한다. 매력적인 곡선의 미학과 그 사이사이를 채운 화려한 색감은 최 작가의 탁월한 시각적 해석능력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생성·성장·소멸해가는 생명의 에너지를 형상화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상실된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손일 작가의 ‘Line 18085’

두 작가는 지역 출신으로 국내외에서 작품전을 갖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손 작가는 2009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뉴욕·파리·홍콩·후쿠오카 등에서 열린 각종 주요 국제아트페어에 출품했으며,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됐다. 최 작가 역시 일본·서울·부산에서 개인전을 열고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가며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기획자인 이현오 갤러리 K 대표는 “서로 다른 언어로 한 공간을 점유하는 두 작가의 작품이 관객과 작품과의 깊은 만남, 나아가 소통하는 공간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4월 21일까지. (055)312-8789.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