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복구.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원로 작가 이복구 씨가 22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이복구 작가는 1946년 경북 영일군(현재 포항시)에서 태어났다. 부산 배정고를 졸업했으며 한국기독교신학대학을 중퇴했다. 1968년 월남전에 참전했고 1970년 말 제대했다. 그는 베트남에서 돌아온 직후 곧장 등단한다. 197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작품 ‘불구경’이 당선된 것이다. 제대 뒤 단 1년 만에 26세 신인 작가가 됐다.

작가로서 이복구의 등단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등단작 ‘불구경’은 두고두고 ‘보기 드물게 빼어나고 강렬한 등단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청년 소설가 이복구는 단번에 촉망받는 신예 작가로 떠올랐다. 그는 1973년부터 부산에서 노동 야학 ‘대성학교’를 열고 운영을 맡았다. 이 일에 몰두하면서, 그는 약 10년 동안 사실상 ‘절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소설을 발표하는 일이 뜸해진다. 이렇게 된 데는 작품 창작이나 발표에 워낙 엄정하고 까다로우며 염결한 작가 이복구의 태도와 원칙도 한몫했다고 부산의 문인들은 말한다.

1983년 문학 잡지 ‘소설문학’이 그런 그를 찾아내 특집으로 다룬 것이 계기가 되어 이복구 작가는 다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하고 1993년 첫 소설집 ‘불구경’(해성)이 나오기에 이른다. 소설집 ‘불구경’에 관해 문학평론가 구모룡은 “‘존재론을 씨줄로 삼고 예술론을 날줄로 삼아 인간론을 직조한 문장과 사유들’이라고 극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2015년 이복구 작가는 첫 소설집 이후 무려 22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맨밥’(문학수첩)을 낸다. 이때 부산 문단은 “드디어!”를 연호하며 그의 귀환을 반겼다. 소설집 ‘맨밥’을 낸 뒤 국제신문과 했던 인터뷰에서 이복구 작가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삶이 바쁘고 복잡했으며 나도 어영부영했지만, 책을 빨리 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크지 않았다.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기에는 아직 모자란다는 자기 검증도 있었다. 이제 소설가로 활동하기에는 훨씬 편한 환경이 됐다. 전작 장편소설이 두 편 있고 단편도 꽤 써놓았으니 이제부터는 내 책이 꾸준히 나올 것 같다.”

단편소설 6편을 실은 ‘맨밥’에 관해 이복구 작가는 스스로 이렇게 의견을 내놓았다. “허무주의란 게 허무 자체가 목적이 아니란 점을 잘 생각하자. 인생을 진지하게 살면 허무는 만나게 된다. 허무의 끝으로 사람이 가보면 무엇이 있을까. 비로소 삶을 껴안을 수 있는 절대긍정이 있을 것이다. 스피노자와 쇼펜하우어의 사상이 이런 점을 말했고, (서양 문학의) 큰 작가치고 이 같은 허무를 만나지 않은 이는 없다.”

생애 마지막 책이 된 ‘맨밥’에 관해 이복구 작가는 또 이렇게 설명했다. “다르게 새롭게 세상을 보고 표현해보고자 했다.”

새로운 작품 창작과 책 발간에 대한 의욕을 밝혔던 그는 그 목표를 놓아둔 채 영면에 들었다. 고인은 부산소설가협회장, 국제신문 논설위원, BBS 부산연맹 총무 등을 지냈다.

부산소설가협회는 부산소설가협회장(장례위원장 조갑상)으로 장례를 치른다. 빈소 부산의료원 제6 분향실. 발인 24일 오전 5시40분. 장지 경남 산청군 산청호국원. 장례식장 (051) 607-2990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