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뒷골목부터 왕실 궁전까지
- 50년 작업 망라 150여 점 전시
- SNS 인증샷 퍼지며 젊은 층 발길
- 4월 30일까지 부산시민회관서

“전시회 인증샷 찍으러 왔어요.”

부산 동구 범일동 부산시민회관 갤러리에 사진을 좋아하는 전문가는 물론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열리고 있는 노만 파킨슨 회고전 ‘스타일은 영원하다(Timeless Style) in 부산’전이 개성 넘치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핫’한 공간으로 입소문이 난 덕분이다.

	1949년 ‘보그’에 실린 노만 파킨슨 사진. 패션모델들이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다양한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 부산시민회관 제공

노만 파킨슨(1913~1990)은 유명 패션 매거진 ‘보그’ ‘하퍼스 바자’의 사진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이 패션 매거진 트렌드를 주도하던 1960년대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국 패션 매거진을 부상시키는 데 일조한 사진작가로 평가받는다. 정적인 실내 스튜디오 촬영 방식에서 벗어나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야외 패션 사진을 만들어낸 선구자로 꼽히며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노만 파킨슨 작품을 보기 위해 부산시민회관에 몰려든 관람객.

전시는 런던의 뒷골목부터 왕실 가족이 머무는 화려한 궁전에 이르기까지 노만 파킨슨의 50여 년 작업을 총망라한 작품 150여 점을 선보인다. 부산시민회관은 서울 홍대 앞 복합문화공간 KT&G 상상마당의 ‘20세기 거장 시리즈 여섯 번째’ 전시를 유치해 부산 전시장 사정에 맞게 재구성했다.

전시 공간은 1940년대 영국 패션 스튜디오를 콘셉트로 ▷‘스트리트 포토의 매력’ ▷‘좀 튀는 패션 매거진’ ▷‘노만 파킨슨의 뮤즈’ ▷‘영광스러운 순간들’ ▷‘그의 프레임에 들어온다는 것은’ 등 5가지 섹션으로 연출됐다. 가장 먼저 노만 파킨슨의 예술적 면모가 돋보이는 야외 배경 작품이 눈에 띈다. 그는 야외에서 모델에게 골프를 치게 하거나, 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관습을 무너뜨리고 모험하는 것을 즐겼다. 또 보그, 퀸 등 패션 잡지와 작업한 작품은 물론 세계 최고 모델과 찍은 뮤즈 사진도 전시된다. 왕실의 공식 사진가로서 그가 바라본 엘리자베스 여왕 모후 등 왕가의 영광스러운 순간과 비틀스, 데이비드 보위, 엘튼 존, 비비언 리 등 예술가들의 초상 사진도 볼 수 있다.

전시회 인증샷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개되면서 사진전으로는 이례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시 공간은 사진 작품에 둘러싸여 1940년대 영국 패션쇼 무대 뒤를 탐색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도록 연출됐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곳곳에서 발길을 멈추고 인생 사진을 남기고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부산시민회관 문화사업팀 장수현 대리는 “패션 사진이다 보니 모자, 스카프와 같은 패션 아이템으로 한껏 꾸미고 와서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며 “관람객이 ‘전시의 관람자’로 역할이 제한되지 않고 방문한 순간 직접 SNS에 공유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오는 4월 5일 지휘자 금난새와 함께하는 공연이 열린다. 노만 파킨슨 작품에 등장하는 비비언 리,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OST와 친숙한 클래식 음악을 해설과 함께 들려준다. ‘갤러리 창’에선 부산 대표 조각가인 변대용 작가의 작품전도 진행 중이다. 전시는 오는 4월 30일까지 오전 11시~오후 8시. 관람료 2000~8000원. (051)630-5200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