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아이들, 문학으로 깊이 접근위해
- 갤러리서 ‘봄여름가을겨울’ 원화 전시
- 도서 소개 인형·오토마타 등도 곁들여

- 책방 카프카의밤, ‘맨발이 일기’ 관련
- 원화와 함께 작업물 전시로 문턱 낮춰

동네책방이 생활 밀착형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책과 연계한 전시를 여는 동네책방이 주민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다. 현재 ‘책과아이들’에서 꽃과 잎이 그려낸 사계절 이야기인 헬렌 아폰시리의 꽃누르미 그림책 원화 전시회 ‘봄 여름 가을 겨울’(오는 16일까지)이 열리고, ‘책방 카프카의밤’은 이유진 작가의 ‘맨발이 일기’ 원화와 관련 굿즈를 오는 17일까지 전시한다.

동네책방 ‘책과아이들’(연제구 거제동)에서 열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전. 책과아이들 제공

■‘책과아이들’

‘책과아이들’(연제구 거제동)은 서점으로는 이례적으로 별도의 갤러리 공간(평심갤러리)을 보유하고 있다. 강정아 공동대표는 이런 공간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서점은 책을 독자에게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공간이며 책을 선별하고 전시하는 일이 주요하고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다”며 “그림책은 글, 그림, 편집이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로 완성되는 것이지만 원화를 봄으로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으로도 진지하게 접근하게 된다. 특히 인쇄의 질이 떨어지는 실정에서 원화로 접근하는 것이 작가에게 더 다가가는 방법이다. 그래서 좁은 서점 공간을 넘어 별도 공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김환영 홍성담 정승각 권윤덕 이혜란 등 특정 그림책의 원화전을 통해 작가의 전체 작품을 살필 수 있게 했고 인형, 오토마타, 오브제 등을 이용한 전시도 곁들였다고 한다. 평화, 청소년, 고구려, 부산 작가 등 주제별 전시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36회의 기획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이오덕전’을 할 때 준비한 노력에 비해 관람객이 적어 의기소침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 여고생이 이오덕 선생님 서가사진 중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 있고 빨간펜으로 수없이 원고수정을 한 흔적 앞에서 그 성실성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동안 전시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고 그런 한 명의 관람객만 있어도 전시는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 대표는 말한다.

전시를 꾸준히 이어나가려면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다. 특히 전시 비용 문제가 큰 걸림돌이다. 부산도 다른 지역처럼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기획과 예산이 필요하다. 여건이 된다면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새로운 작가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해외작가전도 함께 기획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였다.

■‘책방 카프카의밤’

‘책방 카프카의밤’(연제구 연산동)에서 전시 중인 이유진 작가의 원화와 굿즈. 이화숙 제공

‘책방 카프카의밤’(연제구 연산동)은 ‘맨발이 일기’를 펴낸 이유진 작가의 작업물을 더욱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원화와 굿즈를 함께 전시하고 있다.

기획 의도를 묻자 책방지기 계선이 씨는 조금 겸연쩍어하며 말문을 열었다. 대단한 기획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작가와 책을 더 잘 소개하고 책을 팔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원화를 구경하기 위해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왔는데, 책방의 문턱이 낮아진 것 같아 앞으로 이런 모퉁이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꼭 원화 같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책의 본문이 독자에게 닿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심보선 지음·아침달 출판사) 같은 낱장 시집처럼 책의 본문 일부를 시각화한 전시도 해보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리=이화숙 ‘책방 카프카의밤’ 밤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