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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12> 4월의 춤 생각 넷

점점 좁아지는 지역춤꾼 무대, 관객들 따뜻한 관심이 그립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08 18:54:2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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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선임 과정
- 시민 입장·의견도 고려했어야

- 강수진 ‘까멜리아 레이디’ 같은
- 감미롭고 격정적인 춤 보고파

- 세월호 참사 위로·추모 춤사위
- 슬픔 강요보다 공감 끌어내야

하나, 부산시립무용단 예술 감독(안무자) 뽑는 일에 몇 가지 입장이 부딪힌다. 부산문화회관은 올해 예술 감독 후보 세 명을 선정하고 이들의 작품을 공연한 결과로 내년에 예술 감독을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시립무용단을 부산의 대표 무용단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작품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립무용단에 대한 기대가 높고, 지역 예술계와 시민의 관심이 쏠린다. 예술계는 후보 가운데 부산에서 활동하는 무용가가 없다는 점을 비판한다. 단원들 일부도 서울에서 온 예술감독 대부분이 자신의 대표작을 재공연하고 그다음은 흐지부지했다면서 후보 중 누가 돼도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지역에 기회를 주는 것이 의미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부산문화회관은 논의를 거쳐 내린 결정에 쏟아지는 비판을 곤혹스러워하면서 시간을 두고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한다. 이 장면에서 빠진 것이 있다. 시민의 입장이다. 9개월 동안 후보들의 작품 세 개를 소화해야 할 상황에서 시민을 위한 안정된 작품은 내년에나 기대해야 한다. 공백이 생긴다는 말이다. 애초 논란은 시민이 느낄 공백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이냐에 초점이 있어야 했다. 시민이 배제된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난 6일 열린 ‘제25회 신인 춤 제전 - 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 중 ‘그것만이 내 세상’(이혜리 안무) 공연 모습. 박병민 사진가 제공
둘, 지난 3일 강수진 주역의 발레 ‘까멜리아 레이디’(존 노이마이아 안무) 영상 앞에 앉았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를 발레로 만든 것인데, ‘까멜리아’가 ‘동백’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주 4·3’을 담은 춤을 생각했다. 강수진과 마레인 라데마케르의 감미롭고 격정적인 2인무에 영화 ‘지슬’의 총을 겨눈 군인과 여인이 마주 선 눈밭 장면이 겹치고 격정과 통한의 춤을 떠올린다. 4월에는 화사한 슬픔이 동백처럼 뚝뚝 떨어지는 춤을 보고 싶다.

셋, 지난 주말(4월 5~7일, 민주공원 소극장) ‘제25회 신인 춤 제전 - 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이 끝났다. 모두 16개 작품이 참가했는데, 6팀이 올해 졸업한 신인이다. 공연 제목이 무색할 만큼 신인의 참가가 적었던 것은 몇 년 사이 부산의 무용학과 몇 개가 사라진 결과다. 해를 거듭할수록 신인 춤꾼을 찾는 일이 더 어려울 것이다. 이에 비해 활동 중인 춤꾼의 신청이 많아서 오디션을 통해 걸렀다고 한다. 그만큼 활동하는 춤꾼이 무대에 설 기회는 드물다. 춤꾼들이 무대가 없어 허덕여야 하는 잔인한 4월은 따뜻한 눈길과 관객에 목이 마른 춤이 내팽개쳐 있다.

넷, 예술적 재현이나 표현에 한계가 있는 사건이 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는 생존자는 진실하게 증언하지 않고, 진짜 증인들은 가스실에서 사라져갔다는 이유로 홀로코스트를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중 최고로 손꼽히는 끌로드 란쯔만 감독의 ‘쇼아(Shoah)’는 자료화면이나 배경 음악 없이 증언으로만 구성한 9시간 반 길이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은 표현 불가능한 영역을 재구성하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이라면서, 현재까지 아물지 않은 상처(트라우마)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도 비슷하다. 군과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조작됐고, 법정에 선 관계자의 증언은 믿을 수가 없다. 진실이 거짓과 죽음에 가려 있어서 세월호 참사를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불가능 앞에서 섣부른 위로나 슬픔만 끌어내는 춤은 무력하다. 푸른 암흑이 턱밑까지 빠르게 차오르는 참혹한 기억을 드러내고 그것과 공감할 춤이 필요하다. 4월의 춤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얼굴은 봄이지만 몸은 여전히 겨울인 4월을 견디는 일은 힘겹다. 화사한 봄의 얼굴로 마주해야 하는 겨울처럼 아린 슬픔이 큰 탓이다. 생명의 활기와 슬픔의 교차점에서 추는 4월의 춤은 춤으로만 머물 수 없어 흔들린다.

춤 비평가·문화기획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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