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씨도 처음부터 ‘캣맘’은 아니었다. 비 오던 어느 날, 젖은 바닥에 엎드려 바들바들 떨고 있는 노란 고양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울음소리도 징그럽고, 쪽 째진 눈도 무서워 고양이를 싫어한 숨이 씨도 희미하지만 애원하는 게 분명한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들었다. 할 수 없이 데려온 고양이 ‘호빵이’는 숨이 씨의 가족이 됐다.
그런데 이상하다. 고양이 털이 옷에 잔뜩 붙고, 동물병원 진료비로 지출까지 늘었지만 호빵이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발소리 없이 사뿐사뿐 집 안을 어슬렁거리는 게 신기했다.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고양이의 습성을 공부하자, 보이지 않던 ‘길냥이’도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숨이 씨의 ‘캣맘 입문기’다.

‘담벼락의 고양이 이웃’은 사회 갈등으로 떠오른 길고양이 돌보기를 다룬다. 고양이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숨이 씨는 새끼를 배도 먹지 못해 등뼈가 드러난 고양이, 먹이를 기다렸다 새끼와 나타나는 줄무늬 고양이, 사람들이 놓은 쥐약을 먹고 죽은 고양이를 보게 된다. 이와 함께 캣맘을 비난하고 고양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이웃도 만나게 된다. 길고양이도 사람도 모두 만족할 방법은 정말 없을까?

이야기의 돋보이는 점은 숨이 씨와 같은 캣맘들이 적극적이고 지혜롭게 내놓은 해법이다. 이들은 함께 용기를 내어 이웃을 설득하며 ‘우리 동네 고양이 친구’라는 모임을 결성한다. 구청과 논의해 환하고 깨끗한 곳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차리고, 동물 보호 단체와 바자회를 열어 사룟값을 모으고, 당번을 정해 자발적으로 급식소를 운영한다. 길고양이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밥을 먹고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타협점을 찾아낸 것.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은 다른 생명과 함께 사는 기쁨과 더불어 행복한 방법을 알게 된다. 나아가 까치, 비둘기, 너구리 등 우리 곁에 있는 도시의 야생 동물을 떠올리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생각하게 한다.

그림책은 사실적이고 따뜻한 삽화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실제 서울 강동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번졌던 길고양이 급식소 만들기 운동을 취재하며 펼쳐낸 이야기가 구체성과 생생함을 더한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