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 강조한 독특한 자화상
- 내달 12일까지 해운대 조현화랑

“익숙하지만 낯설고, 밝지만 어둡고, 자유롭지만 외롭다.”

	가로 6.5ｍ에 이르는 대작인 이소연 작가의 ‘검은 숲 1’. 조현화랑 제공

완벽할 정도로 무표정하게 표현된 자신의 얼굴을 그리는 작가 이소연(48)의 개인전 ‘검은 숲’이 다음 달 12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조현화랑에서 열린다. 검은 배경과 결합해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일련의 자화상은 웃음기를 도려낸 채 가는 눈을 치켜뜨고 있다. 실제인지 상상인지 모를 몽환적인 배경 표현은 작가의 이전 작업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 10여 점의 신작에서 인물은 작아지고 배경과 소품과의 관계는 추상적으로 변하는 등 새로운 전환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검은 숲’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양평의 숲을 작품 속으로 가져왔다.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갈 무렵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 보았던 이미지들을 작업의 단초로 삼아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했다. 표제작 ‘검은 숲 1’은 가로 6.5ｍ에 이르는 대작으로, 압도적인 밀도를 갖는 검은 숲에서 개들과 함께 서 있는 작가의 모습이 ‘서늘한 환상동화’인 양 다가온다. 작가는 “숲을 꽉 채운 검은색은 음울한 색채이지만 한편으로 고요함, 혼자 있는 시간, 편안함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좋아한다. 실존하는 장소가 모티프지만, 작품 속에선 기억 속 감정과 이미지와 결합해 실제가 아닌 미지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국내 미술시장은 인물화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작가는 강렬한 인상과 미묘한 연극적 분위기의 자화상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보통 자화상은 자기 성찰, 인물에 초점을 두는 것에 반해 그의 자화상은 최대한 표정을 배제한 채 좋아하는 물건이나 인상 깊었던 풍경을 강조한다. 오히려 인물을 둘러싼 배경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