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P 일부 철거 등 현재 시점서
- 1980년대 젊은이의 고뇌 표현
- 군부독재 은유적인 꼬집기도

유시민 작가의 등단 소설 ‘달’을 연극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눈길이 쏠린다. 극단 자유바다와 예술협동조합 타래가 공동 제작한 연극 ‘달’이 오는 10~19일 부산 연제구 한결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유시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달’의 한 장면. 예술협동조합 타래 제공

1988년 문예지 ‘창작과비평’에 실린 중편 소설 ‘달’은 유 작가의 등단작으로 직접 겪었던 강제 입대 경험과 군 생활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최전방 병영 내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그린 소설로, 형편이 어려운 집안을 뒤로하고 입대한 후 동생의 편지만 애타게 기다리는 이병 김영민과 그를 따뜻하게 챙겨주는 고참 한만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진지한 사색과 수려한 문체로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했으며, 혼란스럽던 1980년대 시국 상황과 이를 견뎌야 했던 젊은이의 고뇌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0년 전 작품이지만 민주주의, 병영 윤리 등 지금까지 유효한 사회 고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연극으로 만들었다.

연극은 그동안 달라진 상황을 반영하고 현재 시점에서 당시 문제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소설과 차이가 있다. 프롤로그를 통해 과거를 회상한다는 설정과 최근 한반도 화해 무드 속에서 휴전선 감시 초소(GP)가 철거된 사실 등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극단 자유바다 정경환 상임 연출은 “원작이 쓰인 1980년대와 지금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 소설을 그대로 차용한다면 지금 관객에게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군부독재에 희생당한 이들을 애도하면서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어나는 유무형의 폭력을 은유적으로 꼬집었다”고 설명했다.

유 작가의 작품이 연극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협동조합 타래가 유 작가로부터 허락을 받은 뒤 정 연출가에게 대본 작업을 맡기면서 연극 ‘달’이 탄생했다.

지난해 낭독극 형태로 관객에게 첫 선을 보였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정식 공연이 결정됐다. 6일 서울 대학로 공연을 마쳤으며 오는 10일부터 한결아트홀 기획 공연으로 부산을 찾는다. 예매는 인터파크, 네이버 티켓에서 가능하며 관람료는 3만 원이다. 평일 오후 7시30분·주말 오후 4시 공연. (051)868-5955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