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릇 등 생활 속 미술작품 전시

지난 13일 부산 동래구 온천3동 미남공원 뒤편 주택가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 사이로 나무 대문 한쪽이 열려 있는 ‘마루 스튜디오 & 갤러리’가 있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단독 주택 같았다. 갖가지 들꽃이 자란 마당을 지나 실내에 들어서자 벽면에 걸린 그림들이 이곳이 갤러리임을 웅변했다.

부산 동래구 온천3동 ‘마루 스튜디오&갤러리’에 전시된 이지우 작가의 도예 작품들. 오른쪽 사진은 백철호 작가의 작품 ‘scene’. 백철호 작가 제공

마음 편하게 누리는 내 집 앞 갤러리를 표방하는 ‘마루 스튜디오 & 갤러리’는 부산 출신 백철호 작가가 2017년 주택을 인수해 문화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오는 24일까지 개관 기념전 ‘동래방내전(東來坊內展)’을 연다. 지역 작가들의 전시뿐 아니라 주민을 위한 그림 공모전, 인문 강의, 영화 상영, 연극 강독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백 작가는 “우리가 사는 동네에 예술과 문화가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의 소통공간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5명의 작가가 회화, 조각, 공예 작품을 선보인다. 백겸중 작가는 폐광지의 아픔과 외로운 인물들의 모습을 블루톤으로 표현한 서정적인 회화 작품 7점을 내걸었다. 도시의 변화 과정을 직접 보고 느끼며, 그 흔적을 작업으로 기록했다. 오랜 시간 일본에서 유학한 이지우 작가의 작업은 예술과 생활의 경계에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비슷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백자 고유의 투광성과 따뜻한 색감이 특징인 그릇, 찻잔, 조명 등 다양한 일상용품을 볼 수 있다.

백철호 작가는 부산대에서 도예를 전공했지만 무대 디자인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평면화 작업을 선보인다. 연극무대의 한 장면을 믹싱한 듯한 형상을 회화로 표현한 작품과 조소 작품 등 5점을 전시한다. 이외에도 일상의 풍경을 작가 특유의 색감으로 표현한 양대만 작가, 일상에서 소소하게 쓰이는 식기를 만드는 이지찬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백 작가는 “비싼 그림보다는 작가들의 소품 위주, 거리감이 없는 생활 속 미술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 휴관. 010-3865-2470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