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표정한 인물의 낭만적 표현
- 캔버스에 재현한 우주의 모습
- 작가만의 뚜렷한 개성 드러내

박재하·청신 작가는 부산의 미술대학에서 만나 부부의 연까지 맺고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그들은 현재 충남 당진에서 펜션을 운영하며, 작업실에서 함께 그림을 그린다. 한 공간에서 대화하며 일할 수 있는 친숙함이 있으며 때로는 서로 도전적으로 밀어붙이며 성장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부부이기에 두 사람의 작품 세계는 ‘다르고도 닮은’ 점이 많다. 그림 재료로 목탄을 사용해 한 획으로 그림 속 구성 요소들을 그려낸다는 점은 같다. 목탄은 다루기가 번거로운 만큼 한 번의 터치를 위해 수많은 연습이 필요한 재료다. 목탄의 흔적에서 수묵화가 만들어내는 상상의 매력과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작가만의 뚜렷한 색깔과 개성이 드러난다.

	갤러리 아트숲에서 오는 31일까지 전시하는 박재하 작가의 ‘Distortion Focus’. 아트숲 제공

부산 해운대구 중동 갤러리 아트숲은 오는 31일까지 박재하·청신 작가의 ‘Focus’전을 연다. 청신은 ‘우주’를 소재로 초현실주의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의 작품을, 박재하는 다양한 인물의 얼굴을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갤러리 아트숲 강혜영 대표는 “박재하 작가는 타고난 손재주가 있어 인물을 섬세하고 예민하게 표현했다. 청신 작가 역시 작품 세계가 뚜렷하고, 성실하게 작업하는 작가다. 안주하지 않고 매번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새로운 작업을 보여주는 두 작가를 함께 초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작가가 이번 전시에 내놓은 작품은 30여 점. 박재하 작가는 2015년 젊은 미술인들의 축제인 아시아프(ASYAAF) 히든 아티스트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전 작업인 나무판을 조각해 만든 ‘장갑 시리즈’는 작가의 섬세한 표현과 서정적인 작품 세계가 돋보인다는 평이다. 이번 전시는 사람의 얼굴이 주요 대상인데 순간적인 감각적 인상을 포착했다. 언뜻 고전 조각품을 연상시키는 인물은 변화무쌍한 순간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무표정이다. 화면 속 인물들은 표정과 빛을 배제한 채 목탄 드로잉으로 간결하고도 힘 있게 표현했다. 고전적 형태미와 낭만적 표현주의가 느껴지는 선과 화면에 자리하는 색면의 조합이 돋보인다.

	청신 작가의 ‘Black Neon-Milky Way’.

청신 작가는 갤러리 아트숲이 젊은 작가들의 도약을 위해 마련한 신진 작가상 1호 작가다. 멍든 바나나를 통해 인간의 상처를 그린 ‘바나나 작가’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바나나를 주요 소재로 다룬 기존 ‘Modern Life’ 시리즈와는 다른 ‘은하수(Milky Way)’ 시리즈를 선보인다. 목탄을 이용해 탁자 위 정물을 드로잉하고, 배경은 물감을 흩뿌리는 기법으로 우주와 별을 표현했다. 작가는 4년 전부터 천체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했는데, 직접 본 우주의 모습을 캔버스에 옮긴 것이다. 캔버스에 우주와 함께 그려진 탁자는 현대인의 삶을 의미한다. 반짝이는 와인잔과 상처 입은 채로 나뒹구는 바나나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을 표현했다. 두 작가의 내공을 바탕으로 한 회화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051)731-0780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