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기기에서 얻은 정보
- 뇌가 일종의 ‘오락’으로 인지
- 비판적 사유 형성에 악영향
- 심리학자인 저자 “책 읽게 하라”

인문을 사랑하는 인문주의자들께, (종이) 책을 사랑하는 이에게 ‘이 책 한 번 읽어보지 않으실래요? 꽤 반가운 내용을 담은 책이랍니다’ 하고 졸졸 따라다니며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이 키우는 집에도 추천하고 싶다. 아이에게 스마트 기기를 무한정 허용하면 행여 우리 아이가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로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망상에 가까운 상상을 하는 부모도 여전히 계실 텐데, 이 책은 그런 막연한 상상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그런 당부를 아주 ‘과학적으로’ 하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말한다. “다시, (종이) 책으로 (돌아와)!” 이 또한 ‘과학적으로’ 강조한다.

공원에 나와 벤치에 앉아 홀로 느긋이 책을 읽는 할머니의 모습. ‘다시, 책으로’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디지털 기기의 한계와 책의 장점을 설명한다.

‘다시, 책으로’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인지신경학자, 아동발달학자, ‘읽는 뇌’ 분야의 연구자로 소개된다. 그의 저서 가운데 ‘책 읽는 뇌’(2007)는 세계적으로 꽤 널리 알려졌다. 난독증 연구를 통해 독서와 뇌의 관련성을 파헤치면서 실제로 책을 읽는 독서의 중요함, 창조성의 비밀 등을 파헤쳐 반향이 컸다.

매리언 울프가 펴낸 새 책 ‘다시, 책으로’(원제 Reader, Come Home)를 술술 쉽게 읽히는 책이라고는 말 못 하겠다. 그렇다고 마냥 까다로운 책도 아니다. 다만, 심리학자인 저자가 문학과 독서를 엄청나게 사랑하는 ‘골수’ 인문주의란 점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은 저자가 어릴 적부터 읽어온 문학작품 속 문장이 무수하게 등장하는 인문적 품격이 있으며 이는 심리학과 뇌 연구 분야의 다양한 연구 결과와 오케스트라처럼 어우러진다. 이런 문장 자체가 이 책의 묘미다.

그렇다면 ‘다시, 책으로’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실, 이 책의 어디를 펼치든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메시지란 이렇다. ‘뇌과학과 인지신경학, 심리학, 아동발달학 관점에서 봤을 때 스마트 기기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이 위험하거나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책을 직접 읽거나 접하는 것은 유익하고 바람직한 효과가 아주 크다. 사람들은 책이라는 고향(home)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과학’을 토대로 한다는 게 이 책의 미덕 또는 가치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이런 주장을 이해하려면 ‘뇌 신경회로의 가소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아주 단순하게 풀면, 뇌의 신경회로는 열심히 쓰고 학습할수록 발달하고, 배선을 확장하면서 강해진다. 안 쓰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원리다. 쉽게 말해, “사용하라, 그러지 않으면 잃는다”(103쪽)이다.

디지털 기기의 효율과 장점을 저자가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디지털 기기로 접하는 정보의 경우 대개 뇌가 일종의 ‘오락’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어 비판적 사유, 깊은 사고 등의 형성에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는 디지털의 유용함은 인정하면서도, 책 읽기의 독립적 중요함을 선명히 강조한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