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에서 페미니즘을 다룬 책이 나왔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글을 쓰고, 각종 페미니즘 행사를 기획·진행하고 있는 저자는 팝 음악과 페미니즘의 관계, 각각의 작품에 담긴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찾아냈다. 팝 음악에서 페미니즘이 드러나는 순간, 페미니즘은 더욱더 자연스럽게 대중의 일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팝 음악은 다른 장르보다 더 많이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임파워링’(empowering·힘 모으기)을 외쳤다. 이런 ‘팝 페미니즘’은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한 니나 시몬, 빌리 홀리데이를 거쳐 최근 많은 사랑을 받는 비욘세, 레이디 가가를 넘어 다음 세대로 향하고 있다. 과거엔 유명한 음악가 가운데 소수만이 여성 인권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던 것과 달리, 이제는 함께 연대하고 행동하는 풍경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1월 2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여성행진(Women’s March)’ 행사만 해도 마돈나부터 비욘세, 알리샤 키스, 자넬 모네, 핑크, 마일리 사이러스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참여했고 남성 가수인 맥스웰, 존 레전드도 함께했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팝 음악가도 많아졌다. 배우이자 가수인 자넬 모네는 여성과 퀴어가 더는 타자화되거나 보이지 않는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유튜브 채널에서 단편 영화를 선보이는 등 끊임없이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타샤 베딩필드, 레이디 가가 등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여성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팝 음악을 좀 더 페미니즘적으로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대중문화를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적해야만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마돈나를 ‘놀랍고 흥미로운 무언가’로, 레이디 가가를 ‘급진적이고 특이한 사람’으로 확대 해석해 페미니즘은 중심 주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책에 실린 팝 가수들의 노래 가사에서 숨겨진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