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담론은 쉽고 재밌다. 하지만 같은 마음도 다르게, 다른 사람도 같게 만드는 함정이 있다. 그냥 좀 솔직해지면 좋겠다, 2030 핑계 대지 말고.”(41쪽 인용문 중에서)

‘88만 원 세대’ ‘촛불 세대’ ‘3포 세대’ ‘세월호 세대’ ‘헬조선 세대’ 등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가 난무한다. 청년 담론이 많은 만큼 이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저자의 대답은 ‘글쎄’다. 10년 이상 청년 담론에 관해 연구해온 저자는 한국 사회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세대론이, 그중에서도 청년을 타자화하는 방식의 담론이 너무나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계급, 성별 등 다양한 층위가 겹쳐진 현상을 한 세대의 문제로만 환원하다 보면 당사자의 실제 목소리를 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해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비트코인 열풍이 청년 세대 현상으로 규정된 것을 예로 든다. 당시의 지배적 논리는 한국 사회에 좌절한 20·30대가 한탕주의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진다는 점, 여성보다 남성 이용자가 두 배로 많다는 사실, 자신의 생활 수준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일수록 비트코인 구매율이 높다는 점 등 비트코인 세대론과 맞지 않는 사실들은 가볍게 무시됐다. 헬조선이 젊은 세대의 언어라는 명제 역시 마찬가지다. 가계 부채, 남녀 임금 격차, 저임금 노동자 비율과 같은 암울한 지표들은 전 세대에 해당하는 사안임에도 헬조선은 청년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로 좁혀진다.

책은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바탕으로 청년 담론과 세대론이 지배하는 일상을 뒤집는다는 점에서 조용하지만 큰 파문을 일으킨다. 원인 역시 다각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대중매체, 기업·광고기획사, 정치권이라는 3대 주체가 세대론을 생산한다는 분석이 특히 관심을 끈다. 대중매체는 시대 풍속과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편으로, 기업과 광고기획사는 마케팅 대상의 층화와 차별화를 통한 판매 확대와 이윤 증식을 위해, 정치권은 유권자 분할 포섭이라는 선거 공학적 계산에 의해 세대론을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