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20년간 자료 수집한 전문가
- 늑대 새끼 두 마리와의 동행 등
- 첫 번째 여행을 일기 형식 기록
- 대자연의 생명력·에너지 ‘물씬’

‘야생’의 기운이 그득하다. 이토록 강렬한 야성의 에너지를 우리나라 저자의 책에서 만난다는 건 분명코 아주 드문 일이다.

저자 최현명이 몽골의 헨티산맥에서 찍은 야생 늑대 사진. 양철북 제공

늑대의 생태를 인상 깊게 펼쳐 보여준 책으로는 2008년 나온 중국 저자 장룽의 ‘늑대토템’이 떠오르는데, 이 책은 1946년생 장룽이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기간에 네이멍구(내몽골) 초원에서 오랜 시간 늑대와 더불어 살면서 했던 특별한 체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이런 식으로, 야생동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야성 넘치는 책은 오지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외국 저자가 썼을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늑대가 온다’는 그런 고정관념을 깬 점에서 먼저 눈길을 확 잡는다. 저자 최현명의 삶과 경력은 과연 독특하고 특별하다. 1963년 경주 태생인 최현명은 조경 전문가로 일하다 1998년 대전동물원 설계를 끝으로 조경 일을 접고,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들어가 야생동물을 만나는 일을 했다. 그러다 이 협회에서도 야생동물을 키울 수 없게 되자 전국 곳곳과 몽골, 타지키스탄 파미르 고원, 네이멍구 자치주 등지를 다니며 야생동물 자료를 수집했다.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몽골과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 등 늑대들의 땅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녔다. 이십 년이 채 못 되는 시간 동안 마흔 번 가까이 그들의 땅을 찾았으니, 일 년에 두 차례가 넘게 늑대들을 쫓아다닌 셈이다.”(6쪽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중) ‘늑대가 온다’에 관해 최현명은 “늑대를 쫓아간 내 첫 번째 여행의 기록이다.…2002년, 네이멍구를 찾았던 45일간의 여행은 내게 그런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첫사랑처럼 평생을 두고도 잊지 못할 경험이다”고 설명했다.

책에서 저자는 야생의 늑대와 만나기 위해 초원을 누비고 또 누빈다. 일행은 단출해서 저자, 통역을 맡아준 조선족 박인주 선생(당시 헤이룽장성 야생동물연구소 연구원) 그리고 다큐멘터리 제작자 임완호, 3명이다. 일행은 거칠고 위험하며 아름다움도 품은 네이멍구 초원에 허름한 텐트를 치고 늑대를 기다리고 만나고 관찰한다. 현지의 주민과 만나 도움을 받고 때로 갈등한다.

그렇게 만난 늑대는 야생의 환경에서 야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가면서도 인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다. 일기 형식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화려한 서사나 자연 속 진기명기를 보여주기보다는 성실하고 솔직하게 대자연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게다가 여행 내내 저자는 뜻밖에 얻은 야생 늑대 새끼 두 마리를 키운다. 그 과정도 책 속에 생생하다. 그러니 이 책은 정말로 싱싱하고 에너지가 강하다. 최현명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드문 책이다.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추천사를 이렇게 썼다. “나는 최현명이 왜 사람으로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늑대나 개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신의 실수 같다.”(378쪽)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