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에 깔린 5살 소녀가 추락 직전의 동생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다. 힘이 다해 동생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소녀는 결국 숨을 거뒀다. 8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에서 최근 공개된 이 장면은 전쟁의 비극을 다시 한번 세상에 알렸다.

	분홍고래 제공

전쟁의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노르웨이 그림책 ‘사라진 색깔’은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겨 버린 아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마을, 부서진 어느 집에 엄마와 아이가 피신해 있다. 아이는 엄마에게 묻는다. “전투기가 날아오면 어쩌죠? 폭탄이 떨어지고, 집들이 무너질까 봐 무서워요.” 엄마는 곧 모든 게 끝나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아이를 달래지만 아이는 잠들지 못한다.

엄마가 잠든 사이 큰 새가 아이를 찾아온다. 새는 옛날에 행복했던 일들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아이에게 기억을 떠올려준다.

깜깜한 어둠뿐이었던 기억 속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아빠의 얼굴이 보인다. 아빠의 기타 연주 소리, 좋아했던 단짝 친구, 채소와 과일, 꽃들이 가득하고 사람들이 춤을 추던 시장의 모습까지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사진처럼 전쟁 전의 행복했던 풍경이 떠오른다. 전쟁의 불안과 공포 속에 마음속 깊이 숨어버린 것들이다.

아이는 새에게 묻는다. “여기에 얼마나 더 있어야 해요? 어디로 가죠? 다리가 모두 무너졌는걸요. 길도 부서지고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어요.” 새는 말한다. “무지개를 봐. 무지개는 하늘에 다리를 만들어서 언제나 길이 있다고 말하지. 혼자보다는 함께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다는 걸 기억하렴.”

다음 날 아침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폐허가 된 마을 위에 뜬 무지개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책은 끝난다. 아이는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동화가 될 수 없는 현실에 먹먹해지는 책이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