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리사 시, 폭넓은 현장 취재
- 4·3 사건 등 현대사 배경으로
- 해녀의 우정 등 그린 장편소설
- 10여 개 나라에 저작권 판매돼

장편소설 ‘해녀들의 섬’(영어 원제 The Island of Sea Women)은 제주 해녀 이야기를 1938년부터 2008년까지를 시간 배경으로 제대로 담아낸 책이다. 한국 독자에게 이 흥미로운 소설의 첫 번째 관심사는 ‘작가’가 될 것 같다. ‘해녀들의 섬’을 쓴 리사 시(Lisa See·64)는 미국 작가다. 베스트셀러 작품을 여러 편 썼다.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에서 오래도록 살았고, 아버지의 증조부가 중국인이라는 내력 덕분인지 중국계 미국인과 관련된 작품을 다수 썼다. 아시아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높은 작가이다.

	‘해녀들의 섬’은 제주 해녀의 삶과 우정과 사랑을 담은 소설이다. 사진은 부산 영도구 동삼동의 해녀가 아치섬 근처 바다에서 문어를 잡아 올리는 모습. 2011년 박수현 기자 촬영. 국제신문 DB

‘해녀들의 섬’은 무엇보다 아주 ‘성실한’ 작품이다. 리사 시는 2016년 제주도에 와서 치밀하고 폭넓은 취재를 했다고 한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제주 해녀들을 인터뷰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먼저 신뢰를 쌓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다음으로는 제주도 사람들이 겪었던 더 큰 역사 문제가 있었다.…제주에서 이 모든 것은 4·3사건 때 정점에 이르렀다. 친구가 친구에게 등을 돌리고 가족들끼리 등을 돌렸으며 경찰과 군대는 주민들에게 등을 돌렸다. 4만 명(그 당시 인구의 10%)이 목숨을 잃었고 8만 명의 중산간 사람들이 피난민이 되었으며…또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을 모아놓은 755쪽짜리 문서, ‘제주4·3사건 보고서’도 공부했다.”(작가의 말)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해녀들의 섬’은 해녀들의 물질과 생활을 섬세하게 그린다. 제주 해녀를 통해 본 여성의 역사로 다가오는 느낌도 있다. 그런 해녀들이 경제와 노동을 책임지는 사회에서 남성의 처지와 활동을 그린 대목은 흥미롭다. 해녀들이 불턱에 앉아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자. 제주 여성들의 건강한 삶과 강인한 면모가 잘 드러난다.

“어떻게 남자들은 그렇게 일도 안 하면서 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 “우리 남자들에게 너무 심하게 그러지 맙시다.” 어머니가 막내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어르며 말했다. “우리가 물질할 때 아이들을 돌보고 저녁상도 차리잖아. 빨래도 해주고.” “그리고 항상 우리한테 돈을 달라고 하지….” 여자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98쪽)

‘해녀들의 섬’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요한 인물은 영숙과 미자다. 때는 일제강점기. 영숙의 엄마는 해녀들의 대장이다. 미자는 돌아가신 아빠가 친일협력자라는 사실 때문에 삶이 힘겹다. 영숙의 가족이 미자를 받아들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둘은 해녀가 되어 물질을 하고, 일제에 항거하는 활동을 목격하고, 4·3과 전쟁을 거친다. 그리고 여전히 물질을 한다. 영숙과 미자를 축으로 우정과 사랑과 배신과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해녀들은 물질을 한다.

애초에 영어로 쓴 소설인데다 미국에서 나온 덕분인지 이 책은 이미 해외 10여 개 나라에 저작권 판매가 이뤄졌다고 한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