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한국 귀화 호사카 유지
- 논픽션 작가 야쓰다 고이치 책
- 황국사상·천황 절대주의 뿌리 둔
- 일본 보수 우익세력 집중 조명해
- 한일 경제전쟁 해법 실마리 제공

지난 7월 1일 일본 정부가 징용 문제에 대한 경제적 보복 조치를 발동하면서 시작한 한국과 일본의 경제 전쟁이 두 달 넘게 전개되고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안보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양국의 대립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책 두 권이 나왔다. 호사카 유지 교수의 ‘일본 뒤집기’와 야스다 고이치가 쓴 ‘일본 우익의 현대사’다. 두 책 모두 일본 출신이 썼고 일본의 보수 우익 세력을 집중 조명한다는 공통점을 지녀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1945년 9월 2일 일본 외무대신 시게미쓰 마모루(지팡이를 짚고 있는 사람) 등이 미국 전함 미주리호에서 항복 문서에 조인하기 위해 서 있다. 오월의봄 제공

우선 ‘일본 뒤집기’의 저자 호사카 유지 교수는 국내에서 유명 인사다. 그는 1988년부터 한일관계 연구를 위해 서울에 거주했고 한국 체류 15년 만인 2003년 귀화했다. 현재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한다. 2002년 ‘일본에게 절대 당하지 마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펴내 주목받았던 호사카 유지 교수는 현시점에 맞춰 내용을 수정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무척 의미심장하다. “일본인의 본질은 팽창주의인 데 반해 한국인은 평화주의를 기본 시책으로 삼는다.…언제나 일본이 선수를 치고 한국은 늑장 대응을 해왔는데 나는 이러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 책을 다시 썼다.”(7쪽 ‘여는 글’ 중)

그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의 침략적 민족주의 뿌리인 ‘황국(皇國) 사상’과 일본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무사들의 ‘병학(兵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일본을 연구하고 일본의 의표를 찌르라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이 당당하게 주권 행위를 수행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일본은 강자에게 약하다”고 해결책도 내놓는다.

일본 우익 세력을 분석한 시각도 흥미롭다. 1993년 당시 고노 요헤어 관방장관이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담화를 발표한 뒤 오히려 ‘극우파’가 결집했다고 진단한다. 즉, 담화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보수 우익 세력이 극우 색채를 강하게 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을 느껴 개헌과 군대 보유를 외치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우익의 현대사’를 쓴 야스다 고이치는 2012년 ‘거리로 나온 넷우익’을 쓴 논픽션 작가다. 그는 일본 사회가 이미 극우화로 접어들었으며 심지어 우익의 주체가 ‘극우의 분위기를 탄 일반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 우익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징을 지닌다. 철저하게 천황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천황 절대주의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일본 우익의 목표가 헌법을 개정해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두 명의 일본 출신 저자가 공통으로 분석한 일본 보수 우익의 본질이 한일 경제 전쟁의 배경이며, 대한민국이 대처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