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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34> 놀이문화 속 일제잔재

‘우리 집에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日 에도시대 유흥 문화에 뿌리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10 18:46:2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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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식민지 체계 구축 위해
- 1911년 조선교육령 첫 발표
- 광복 전까지 식민 교육 펼쳐

- 어릴적 재미나게 불렀던
- ‘쎄쎄쎄’ ‘장깸뽀’ ‘데덴찌’
- 아예 명칭 자체가 일본어
-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 뜻 살펴보면 외치기 꺼려져

- 제대로 알아보고 기억하는 것
- 문화·역사 바로잡기 위해 중요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놀았던 추억의 놀이가 노래 가사와 함께 떠오른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
   
올해는 3·1 운동 100주년의 해이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의 추억 속 놀이문화와 그 속의 일제강점기 흔적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놀이문화 속에서 일제강점기 흔적은 이미 사라진 것도 많고,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있다. 이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것은 문화와 언어 연구 차원뿐 아니라 우리 역사를 돌아보는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쎄쎄쎄’는 어디서 왔을까

이미 여러 언론 매체에서 다루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이 전래동요나 전래놀이로 알았던 것 중에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것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다음과 같이 목소리를 맞춰 노래하면서,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치는 아이들 놀이가 있다.



쎄쎄쎄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우리 선생 계실 적에 엽서 한 장 써 주세요~♬

구리구리 장깸뽀(가위바위보)~♬



가사 안에는 ‘쎄쎄쎄(せっせっせ)’를 비롯하여 ‘구리구리(ぐりぐり)’ ‘장깸뽀(じゃんけんぽん)’와 같은 일본식 표현이 담겨 있다. ‘쎄쎄쎄’는 일본어로 ‘(손을) 마주 대다, 접촉하다’라는 ‘셋스루(接する)’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보통 놀이에 앞서 준비 동작을 하면서 자연스레 발생된 표현이기도 하다. 그리고 ‘구리구리’는 ‘동글동글’ ‘빙글빙글’과 같이 손을 돌리는 동작의 의태어이며, ‘장깸뽀’는 일본어로 ‘가위바위보’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말미에는 이기고 지는 행위를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놀이이다.

이와 같은 손동작 놀이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전래동요처럼 전해져 현재까지 남아있다. 이 놀이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그 유래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에도 시대의 유흥 문화에 그 뿌리가 닿는다는 설과 주장은 그간 적지 않은 언론 매체에서 다뤄져 왔다. 에도 시대 유흥가의 유녀들의 활동과 연관된 노래라는 것이다.

‘우리 집에 왜 왔니?’라는 놀이도 있다. 일본어로는 ‘하나이치몬메’라고 한다. 유래를 살펴보자. 두 팀으로 나누어 ‘캇테 우레시이(勝って嬉しい) 하나이치몬메, 마케테 구야시이(負けて悔しい) 하나이치몬메’라고 하며 번갈아가며 노래 부른다. 의미는 ‘이겨서 기쁜 꽃 1문(화폐 단위), 져서 분한 꽃 1문(화폐 단위)’으로, 꽃을 사고자 할 때 값이 깎여서 슬픈 판매자와 싸게 사서(이겨서) 기쁜 매수자의 모습을 표현한 놀이라는 설이다. 보통 여기서 꽃은 젊은 여자로 비유되는 보편적 은어(隱語)인 셈이 된다.

사실, 이 글을 적으며 필자도 어린 딸과 재미나게 손바닥을 부딪혀가면서 놀았던 ‘쎄쎄쎄’ 놀이의 기억도 떠올랐고, 어릴 때 흙먼지 가득한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손 잡고 우렁차게 불렀던 ‘우리 집에 왜왔니 왜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라는 가사도 맴돌았다.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하면 애틋한 기억이지만, 이제는 구호조차 외치기 꺼려지는 어쩔 수 없는 일제강점기의 부정적 잔재라는 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철부지 시절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일본 놀이문화의 흔적. 사회 전반에 걸쳐 이를 지우려 하고 있으며 상당히 정리되거나 잊혔다. 서민 기층문화에 접근하기 쉬웠던 놀이문화 속의 요소는 그리 쉽게 드러나지 않았기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국의 편 가르기 놀이 언어

골목놀이를 시작할 때 편을 갈라야 한다. 이때 우선 두 팀으로 나눌 경우, 손을 내밀어 손등과 손바닥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행해진다. 부산 사람들은 ‘편 먹기, 편 먹기, 시달려도 편 먹기’ 놀이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 구호 안에는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던 바다 건너 일본에서 온 말이 많이 숨겨져 있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부산에서는 ‘덴디’ ‘젠디’라고 했고 서울에서는 ‘데텐찌’라고 한다. 대전에서는 ‘우에시다리’, 전주에서는 ‘으라으문테’라는 표현이 있다. 이를 나타낸 ‘편가르기 전국지도’가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주문을 외우듯 시작하는 이러한 골목놀이의 구호는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우선 전국의 편가르기 구호에 대하여 일부 지역의 예를 통해 알아보자.



서울: 데덴찌 / 인천: 엎어라 뒤집어라 / 평택: 엎어라 젖혀라

강릉: 편~짜 편자 편!짜! / 태백: 덴뽀, 아래 위
충주: 데덴찌 / 대전: 우에시다리 / 논산: 흰둥이 검둥이 / 부여: 이거~이거! 오니 뽑기

전주: 우라우문테 / 광주: 편뽑기 편뽑기! /순천: 우라무라때 / 광양: 소라이소라이에취

부산: 덴디, 젠디 / 진주: 덴찌뽀 / 김해: 젠디, 하늘과 땅 / 포항: 타안타안비

제주: 하늘과 땅이다 일러도 모르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국에는 도저히 알아듣기 힘든 주문(呪文)과 같은 형태도 있고, 흰둥이 검둥이처럼 순수 우리말도 섞여 있다. 요즘은 ‘엎어라 뒤집어라’, ‘엎어라 젖혀라’처럼 바로 듣고 알아차릴 수 있는 표현이 주로 사용되지만, 이런 언어는 여전히 현실에 존재한다.

우선 ‘데텐찌’는 일본 발음이다. 손등과 손바닥을 가리키며 주로 편을 가를 때 ‘데텐찌’ 하면서 손등이나 손바닥을 내밀고, 같은 것을 내민 사람끼리 같은 편이 된다. 일본어 한자 ‘手天地’에서 따온 말이다. 손을 가리키는 ‘테(手)’와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텐찌(天地)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가장 많은 지역에 분포하며, 변형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덴디’ ‘젠디’다. 그리고 주로 대전지역에서 사용한다는 ‘우에시다리’ 역시 ‘위(우에 上)’ ‘아래(시타 下)’의 발음이 변한 형태로 볼 수 있고, 전주에서 쓰는 ‘으라으문테’는 ‘뒤’ 또는 ‘안’을 의미하는 ‘우라(裏)’와 ‘앞’ 또는 ‘겉’을 의미하는 ‘오모테(表)’를 나타낸다. 이를 언어지리학적으로 대한민국을 나누어 보면 서울을 중심으로 ‘데텐찌’ 지역,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쪽은 ‘덴디’를 포함하여 ‘하늘 땅’으로 구분되는 지역이다. 중부 및 남부 서쪽은 ‘으라으문테’ ‘우에시다리’ 등과 같이 ‘안과 겉’ 또는 ‘위, 아래’ 등으로 기타 표현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편가르기 놀이 구호는 일제강점기 바다를 건너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판단되는데 현재 일본에서는 ‘데텐찌’ 구분법은 거의 보이지 않으며 ‘우라오모테’ 방식의 편 가르기 방식이 남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실 이러한 놀이는 1900년대 초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서민의 기층문화로서 전해져 온 것이 많다. 일본이 조선의 식민지 체계 구축을 위해 교육목표를 설정하였고, 교과과정에 그러한 교육이념을 담았다. 1911년부터 1945년까지 1차에서 4차에 걸친 조선교육령을 발표하고 식민교육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서민의 기층문화 즉 놀이문화 속까지 일본어는 스며들었다.

양민호 부경대 HK 연구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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