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해전 시리즈 하나로 참여
- 롱샷·줌아웃으로 전투신 한눈에
- 올해 안에 한국판도 출간 예정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1598년)을 그린 부산 웹툰 작가의 작품이 프랑스 유명 출판사에서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

	프랑스에서 출간된 정규하 작가의 ‘노량’ 본문 장면. 정규하 제공

정규하(필명 Q-Ha) 작가가 그린 그래픽 노블 ‘노량(Noryang)’이 프랑스 최대 만화 출판사 그레나에서 지난 23일 발간됐다. 이 작품은 벨기에 출신 유명 만화가 장 이브 딜로이트가 진행하는 세계 해전 시리즈의 하나다. 총 46페이지 분량의 ‘노량’은 딜로이트 작가가 글을 쓰고 정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세계 해전 중 하나로 노량해전을 선정한 딜로이트 작가가 그림을 맡을 한국 작가를 찾았고 정 작가는 자신이 소속된 국제적인 작가집단 ‘슈퍼애니’의 주선으로 참여하게 됐다. 정 작가는 “한국 작가의 작품이 프랑스에서 출판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작가로서 프랑스에 진출한다는 게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역사를 소재로 하는 것이라 뜻깊었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다”고 말했다.

	‘노량’ 표지.

2017년 처음 작품 제안을 받은 정 작가는 지난해 6개월 동안 작업을 진행했다. 딜로이트 작가가 보낸 글을 번역한 뒤 정 작가가 작화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정 작가는 “프랑스에서 만화는 ‘방드 데시네(Bande Dessinee)’라고 불리는데 그 중 극화의 경우 밀도가 높아 웹툰과 비교한다면 4, 5배 더 노력이 필요하다. 프랑스 측에서 ‘색깔이 아시아적이다’고 지적해 프랑스와 우리의 색깔 감성이 다르다는 것도 느꼈다. 한국에서는 클로즈업을 많이 쓰는데 이번에는 정황을 보여줄 수 있는 롱샷, 줌 아웃 요구를 많이 받았다”고 작업 과정을 소개했다.

정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는 ‘팩트 체커’ 역할도 했다. 그는 “노량해전에 거북선을 등장시키고 싶어 했던 딜로이트 작가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 거북선은 칠천량해전(1597년)에서 전부 소실돼 노량해전에는 나올 수 없었다. 이순신연구소에 문의해 거북선이 소실됐다는 역사적 기록을 확인한 뒤 딜로이트 작가를 설득했다”고 일화를 전했다. ‘노량’은 올해 안에 한국판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정규하 작가

부산 토박이인 정 작가는 부산대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웹툰 ‘인범’ 등을 그린 그는 앞으로 해외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프랑스의 또 다른 출판사에 출간 의뢰한 상태다. 이탈리아 작가가 페이스북에서 정 작가의 그림을 보고 협업을 제안해 함께 작업했다.

정 작가는 “2017년과 지난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 다녀왔던 경험이 강렬해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독자가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을 몇 시간 동안 지켜보고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낚시 의자를 동원해 기다릴 정도로 작가가 존중받는 모습을 봤다. 만화를 즐기는 연령대도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했다. 한국에서는 웹툰이 소비되는 경향이 강한데, 프랑스에서는 만화 전문 갤러리가 있을 정도로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고 그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