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속 여인과 한 남자의 사랑’
- 중국 설화 모티브 몽환적 작품
- ‘프레스코화’ 내달 6일 부산 공연
-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 마련도

	프랑스 안무가 앙쥴랭 프렐조카쥬의 작품인 ‘프레스코화’의 한 장면. ⓒ Jean-Claude Carbonne

올가을, 부산은 발레의 환상적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 지난 24~27일 부산에서 펼쳐진 매튜 본의 근육질 남성들로 꾸려진 ‘백조의 호수’의 황홀한 경험이 채 잊히기도 전에 세계적인 안무가 앙쥴랭 프렐조카쥬(62·사진)의 작품이 부산 관객에 첫선을 보인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안무가 프렐조카쥬가 이끄는 프렐조카쥬발레단의 ‘프레스코화’가 다음 달 6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 발레단이 부산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4년 안무가로 데뷔한 프렐조카쥬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프랑스 정부가 수훈한 문화예술공로 훈장을 받은 거장이다. 프랑스 리옹 오페라 발레, 파리오페라 발레, 미국 뉴욕시티발레, 러시아 볼쇼이 발레 등 세계적인 발레단의 작품을 안무했다. 클래식 발레의 우아함과 현대무용의 파격이 조화를 이룬 작품을 선보여 프랑스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로 평가받는다.

2016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프레스코화’는 중국 청나라 설화집 ‘요재지이’에 수록된 ‘벽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오래된 절을 방문한 한 남자가 벽화 속 긴 머리 여인에게 매혹돼 그림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프렐조카쥬는 프랑스 파리시립극장으로부터 젊은 관객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 전 세계 설화를 조사하던 그는 현실과 벽화 속 가상 세계를 오가는 ‘요재지이’의 설정에서 ‘포켓몬고’ 등 증강현실(AR) 게임을 즐기는 현대 젊은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게임 등 가상현실로 경험하는 감정이 실제인지 허구인지에 대한 질문은 ‘프레스코화’에서 벽화 속 여인과의 사랑이 환상인지 현실인지에 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프레스코화’는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안무, 독특한 무대 미학, 감각적 의상과 조명으로 초현실적인 세계를 환상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연은 이 작품의 주요 소재인 긴 머리카락 이미지가 공중에 떠다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시적이고 상징적인 무대 배경과 함께 벽화 속 긴 머리 여인 5명의 파워풀한 군무, 주인공 여인의 매혹적인 솔로, 강렬한 전사의 춤 등 클래식 발레, 현대무용, 중국 전통춤을 넘나드는 다양한 몸짓이 무대를 수놓는다. 주인공 남녀의 2인무도 주목할 만하다. 몽환적이고 섬세한 움직임으로 프렐조카쥬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인 에로티시즘을 보여준다. 언론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미국과 유럽의 주요 극장을 투어한 이 작품은 부산 공연에 앞서 다음 달 1~3일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도 오른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부산 지역 안무가와 무용수가 참여하는 ‘오픈 클래스’와 작품 이해를 돕는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된다. 프렐조카주 발레단의 연습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오픈 클래스는 다음 달 5일 또는 6일 부산문화회관 연습동 무용 연습실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는 부산 출신으로 세계적인 발레리노로 활동한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참석한다. 관객과의 대화는 공연 당일 오후 6시 30분에 진행된다.

R석 8만 원, S석 6만 원, A석 4만 원. 문의 (051)607-6000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