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 영추문 맞은편 마을마당
- 내년 7월 공원용지 해제 앞두고
- 공공 소유하되 일부 권한 양도
- 시민참여 형태 공원 사수 제안
- 우여곡절 끝 시민 품 돌아와

개발 위기에 처한 작은 공원이 2여 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청와대 들어가는 입구, 경복궁 영추문 맞은편 효자로에 위치한 ‘통의동 마을마당’ 얘기다. 이곳은 419.4㎡(127평) 크기의 작은 마당이다.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 때 통의동을 비롯해 광장동, 용두동, 신내동 등 서울의 자투리땅 10곳을 쌈지 공원으로 만들면서 마을마당으로 바뀌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마을마당’에 걸린 현수막. 빼앗길 뻔한 이 공원은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제자리를 지켰다. 반비 제공

20년 동안 통의동 주민들은 여기서 모임도 하고 작은 행사도 열며 마을의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2010년 주민들 사이에 마을마당에 경찰이 경호 시설을 짓는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어떻게 시민들이 애용하는 공원을 경찰이 빼앗을 수 있냐’고 분노했다. 주민들은 청와대에 민원을 넣고 사람들에게 팸플릿을 돌렸다. 그리고 기자 간담회를 열어 언론에도 지원을 호소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쉽게 문제가 해결됐다.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청와대 측에서 모든 계획을 무효로 한 것이다. 동네 주민들은 이때를 ‘제1차 공원 대란’ 시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2016년 12월 청와대가 다시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가진 경복궁 뒤편 주택과 맞바꾸면서 이곳은 사유지가 됐다. 이 업체는 마을마당에 상업시설 신축을 추진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반대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공원 사수 대작전’은 그 기록을 담은 책이다. 21세기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가 거대한 국가기관에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저자는 동네 주민이자 공원을 사랑하는 시민모임(공사모) 멤버인 건축가 황두진 씨다.

2016년의 ‘2차 공원 대란’은 심각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당시 저자와 ‘공사모’는 사력을 다해 전면전으로 맞섰다. ‘우리 모두의 이 공원을 지켜주세요’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무인 서명대를 설치해 시민들의 지지를 구했다. 원래 공원을 조성했던 서울시에 면담을 요청하고 7개 국가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소셜네트워크와 언론에도 진상을 알렸다. 그런 노력의 결실로 드디어 서울시와 의회는 통의동 마을마당을 재매입하는 예산을 편성해 지난 2월 27일 다시 서울시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시민들의 힘으로 작은 공원을 지켜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내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통의동 마을마당이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계획상 공원으로 지정해놓고 20년간 사들이지 않은 공원은 공원 용지에서 자동 해제된다. 온전히 국공유지로 매입되지 않는다면 전국의 4421곳에 달하는 공원이 도시공원 자격에서 해지된다. 저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민간 소유면서 공원의 공공 기능을 유지하는 곳이 많다. 논의의 핵심은 소유의 주체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여야 한다. 공공이 소유하되 소유권의 일부를 주민에게 양도하는 등 시민 참여형으로 유도해야 공원을 오래도록 우리 곁에 둘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