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 영향력이 낮은 요즘 같은 시대에 KBS 수목드라마로 시청률 20% 기록한 ‘동백꽃 필 무렵’이 종영 2회만을 남긴 가운데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은 로맨틱 코미디물에 가까운 장르지만 어촌을 배경으로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한다. ‘동백꽃 필 무렵’을 국민 드라마로 이끈 데는 ‘백희가 돌아왔다’,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을 연속 히트시킨 임상춘 작가의 공이 컸다.

	(사진=KBS)

종영이 다가올수록 임상춘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온다.

'동백꽃 필 무렵'은 공효진과 강하늘의 캐릭터 소화력과 호흡, 고두심·오정세·김지석·김선영·‘까불이’ 등 주 조연들은 물론 단역, 카메오 출연자까지 모두 완벽했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임상춘 작가야말로 이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준 ‘진짜’ 주역이다.

하지만 임 작가에 관해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다. 임상춘 작가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이름만 들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임 작가는 30대 중반의 여성으로 ‘임상춘’은 필명이다.

임 작가는 2013년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이 주최한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서 ‘삼춘기’로 SBS플러스상을 수상했다. 이후 2014년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맺고, 그해 단막극 ‘내 인생의 혹’과 웹드라마 ‘도도하라’를 썼다.

2016년 ‘백희가 돌아왔다’를 시작으로 2017년 ‘쌈, 마이웨이’와 올해 ‘동백꽃 필 무렵’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은 대사가 쉬우면서도 할 이야기를 충분히 담고 있다. 여기에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까지 담고 있다. ‘팔자 소관’의 여성들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는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며, 결국 주도적 삶을 살고 있는 옹산 여자 주민들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 균형 감각을 유지해 젠더 대결 구도에 빠지지 않는다.

‘동백꽃 필 무렵’은 드라마 제작이라는 시장에 주는 의미도 매우 크다. OTT 등 인터넷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이야기가 주는 힘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임 작가의 드라마에는 공통적으로 위로, 응원, 격려 등 따뜻함 담겨 있다. ‘백희가 돌아왔다’에서는 싱글맘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봤고, ‘쌈, 마이웨이’로는 성공의 압박 속에서 각박한 인생을 살아가는 청춘의 마음을 달랬다.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회 대본 말미 임 작가는 6개월 간 동고동락한 스태프, 배우들을 향한 글을 남겼다. 임 작가는 “동백꽃을 피어나게 해주신 스태프, 배우님 여러분의 여섯달은 기적처럼 멋졌다. 감사합니다”며 함께해준 이들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것만으로도 임 작가가 어떤 성품인지 짐작케 한다. 

한편 ‘동백꽃 필 무렵’34회에서는 까불이의 정체가 흥식이 아빠(신문성)로 밝혀졌다. 또한 동백(공효진)과 황용식(강하늘)이 이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동백은 강종렬(김지석)을 따라간 필구(김강훈)를 찾으러 서울로 나섰고, 이후 아들과 함께 옹산으로 돌아와 용식에 이별의 말을 건넸다. 동백은 용식에게 “저 그냥 엄마 할래요. 여자 말고 엄마로 행복하고 싶어요”라며 눈물로 이별을 통보했다. 기적 같던 그들의 봄날은 이렇게 저물고 마는 걸까. ‘동백꽃 필 무렵’은 이제 단 2회만 남겨두고 있다. 이영실기자 i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