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치 뒤집어진 배 같은 ‘그네’ 눈길
- 영도 복합문화공간 ‘끄티’ 30일까지

26일 찾은 부산 영도구 복합문화공간 ‘끄티’에는 전시공간 특유의 고요 대신 ‘끼익 끼익’하는 그네 소리와 함께 ‘까르륵’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손몽주 작가가 지난 20일부터 전시한 체험형 설치미술 작품 ‘영도 스윙’ 덕이다.

	손몽주 작가의 ‘영도 스윙’.

작가는 영도 앞바다에 떠 있는 부유물을 모아 대형 구조물을 만들고 반투명한 노란 천으로 감쌌다. 대형 구조물 사이에는 투박한 형태의 그네가 있다. 뒤집어진 배를 표현한 듯하다. 그네는 영도 바다에 떠다니는 표류목. 표류목에 걸터앉아 흔들흔들 창고 밖 바다를 바라보자 파도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작가는 “둥둥 떠 다니는 물체들은 바다 위를 유영하며 버틴다. 그네를 타듯 구르며 왔다갔다를 반복한다”며 “관람객이 부유물처럼 바다에 떠밀려 가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 준비를 위해 영도를 방문하면서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보는 어부가 된 것 같았다. 각종 거대한 철골과 산업 현장이 있고 도시·바다·섬이 혼합된 공간이라 아이디어가 샘솟는 듯했다”고 떠올렸다. 작가가 본 영도를 둘러싼 바다는 해운대나 광안리와는 다르다. 파도가 일렁이는 짙고 거친 무서운 바다다. 그 깊고 짙은 바다 위에 있는 대형 선박과 해상 크레인은 폭군과도 같다. 부유물들은 폭군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떠다닌다.

창고를 놀이터 혹은 사색의 공간으로 만든 작가는 시·공간이 주는 영감을 바탕으로 ‘인 시튀(In situ·장소특정적)’ 미술을 한다. 작품이 공간에 놓이면서 장소는 잃어버린 이야기를 찾거나, 새로운 서사가 더해지면서 생명력을 얻는다. 장소특정적 미술을 하는 작가는 작업을 하는 순간 역사를 쓰는 사관이 되는 듯한 사명감 혹은 흥분을 느끼기도 한다. 결과물은 사료가 된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작품 이름에는 제작 년도를 암시하는 숫자가 붙는다. 감천문화마을의 ‘어둠의집2010’, 송도바닷가의 ‘총각집2013’, 송도 아랫마을 재개발을 앞두고 암남동 일대가 허물어지기 전 작품화한 ‘송도엔카운터2014’, 낙동강 하류로 떠내려온 표류목을 소재로 한 ‘표-류-로2015’, 옛 고려제강 와이어 공장 자리에 들어선 ‘F1963’ 테라로사 수영점의 와이어 설치작품 ‘세븐윙스2016’ 등이다. 이들 중 ‘어둠의집2010’ ‘세븐윙스2016’은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소특정적 미술에서 장소는 캔버스와 같다. 장소를 잃어버리면 작품도 생명력을 잃는다. 아쉽게도 ‘영도 스윙’은 전시를 마친 후 철거될 예정이다. 작가는 부산대 미대와 동대학원을 나와, 영국 런던에서 순수미술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051)416-7666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