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러사진 1500장 등 1200쪽
- 500권 한정 유관기관 등에 전달
- 40년 바친 자타공인 최고전문가
- 태백~부산 모든 하천망 망라
- 본류 비롯 단위하천도 입체 평가
- 낙동강 주인은 인근 마을공동체
- 이석필·김은환 작가 등 참여
- 이들 땀 담긴 포토메시지 수록

“우리 국민들이 낙동강의 모든 곳에서 생성되는 생명과 환경, 애향문화를 인문학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강은 도시의 젖줄이자 정신문화의 요람입니다. 후손들이 이 책을 보고 정부의 하천관리 정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습니다. 전문적이기보다 누구나 쉽게 하천 자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썼고, 자연 생태계뿐만 아니라 사회·인문 생태적 요소까지 두루 담았습니다.”

	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가 자신의 저서 ‘낙동강 물터 속의 생명과 마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김상화(67) 낙동강공동체 대표가 ‘낙동강 물터 속의 생명과 마음’(빛누리기획)을 출간했다. 모두 1200쪽, 컬러 사진만 1500여 컷이 담긴 대작이다. 500권 한정판으로 찍어 도움을 준 유관기관과 전문가 등에게 380부를 기부했다. 환경운동가인 김 대표는 자타가 인정하는 낙동강 최고의 ‘현장’ 전문가다. 그는 어떤 이론도 현장을 넘어설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무려 40여 년간 현장에서 발품을 팔며 강 살리기에 투신했다. 1973년 ‘낙동강생명사랑방’ 개최를 시작으로 낙동강 도보 답사만 1300여 회를 기록했고, 책도 10여 권 냈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엄청난 분량보다 더 놀랄 만한 것은 책을 펼치며 시작된다. 백서에는 낙동강 1300리, 강원도 태백에서 부산까지 거의 모든 하천망이 망라돼 있다. 낙동강에는 크고 작은 지류·지천이 1168개, 소하천이 780개 그리고 중지류(중권역)가 33개다.

이번 백서는 낙동강 본류가 아닌 낙동강을 이루는 57개 단위 하천을 입체적으로 진단·평가했다. 각 하천의 현장지도, 생명자원 관찰도, 5부(자연·사회·인문·수자원·환경) 자원 명세표, 하천 건강 관찰 카드 그리고 환경기행까지 담았다. 평면적인 생태학적 지식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각도의 탐구를 통해 낙동강 전체의 흐름과 연계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낙동강의 주인은 다름 아닌 지류에 있는 마을 공동체라고 강조한다. 하천에 대한 자연생태계 외에도 주변에 형성된 문화재, 마을 공동체의 모습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유다.

“낙동강 수자원 중 댐은 국가적 자원이지만, 마을 공동체에서는 소류지, 하천이 중요한 자원입니다. 하천이 갖고 있는 성질을 제대로 파악하려고 같은 지표를 2,3번씩 관찰하고 확인했습니다. 1개 하천 당 최소 3번 이상 찾아가고, 그곳 주민들과 팀을 이뤄서 함께 관찰한 결과라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낙동강 하류권 지방2급 하천인 부산 대천천 모습. 김상화 대표 제공

이러한 기록과 함께 풍부한 사진 자료도 볼거리다. 최소 10년에서 40여 년간 김 대표와 함께 현장 발품을 다닌 이석필, 김은환 작가를 비롯해 고인이 된 최민식, 김환희, 예종태 작가의 현장 사진이 실렸다. 책 속 특별 구성으로 이들의 사진을 소개하는 ‘포토메시지’를 수록했다. 40여 쪽에 걸쳐 1960년대 초기 낙동강 하구 모습부터 강 유역에서 열리는 민속 축제, 시민단체 활동, 강마을 사람들의 삶, 무참한 파괴 현장 등을 볼 수 있다.

“2014년 8월부터 2019년까지 103개 하천망을 누볐어요. 모두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인 만큼 낮에는 현장에 가고 밤에는 글을 썼습니다. 많은 사진작가가 생명 찾기의 동지로서 도와줬습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강한 그들의 사진에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담겨 있습니다. 김은환 작가는 언니인 김환희 작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카메라를 이어받아서 촬영했습니다. 낙동강에 대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김 대표는 ‘모성의 강’을 주제로 한 ‘성찰’이란 제목의 단행본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강을 살리는 것은 정부 정책이 아니고, 낙동강이 본성에 따라 자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강은 발원해서 마을을 만들고 문화, 경제를 만들고 본류를 통해 바다로 간다. 이것이 바로 대순환 원칙이다. 어릴 때부터 물의 소중함과 자연의 원칙을 가르쳐야 한다. 앞으로도 강에 대해 성찰하는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