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단위의 담론 창출 작업 몰두
- 제주·강원·재외 등 6개 지역 나눠
- 문예지·문학인·역사적 사건 다뤄

“지역 문학은 지역의 구체적인 현실에 뿌리내린 실천 문학으로 국가 체제의 위세 중앙, 주류 담론을 가로지르며 지역을 세계 이해의 중심으로 삼은 지역구심주의 문학이다. … 그리고 지역이 잘 되는 길은 바람직한 지역 가치를 계발·창안하며 지역을 선진적으로 재구성해 나가는 적극적인 태도이다.” (4쪽)

‘한국 지역문학 연구’를 펴낸 박태일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박태일(65)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새 저서 ‘한국 지역문학 연구’(소명출판·1428쪽)를 펴내면서 독자에게 건네는 말이다. 그는 지역 문학을 “지역이 잘되는 길에 이바지하는 문학”으로 정의한다. 국가를 중심으로 생성된 주류 담론을 거부하고 바람직한 지역 가치를 만들어 퍼뜨리는 문학을 지칭한다. 따라서 지역 문학 연구는 일국주의 문학 연구가 지닌 획일성과 인습을 물리치고 지역 단위 담론을 창출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1997년 지역문학연구를 과제로 삼아 첫 글을 내놓은 이래 이 분야의 연구에 몰두, 2004년 ‘한국지역문학의 논리’와 ‘경남·부산지역문학연구’ 2·3, ‘마산근대문학의 탄생’ ‘유치환과 이원수의 부왜문학’, 2015년 ‘경남·부산지역 문학연구’ 4를 차례로 펴냈다. 이번 저서는 그가 경남·부산지역을 넘어서 2010년부터 북한을 제외한 한국 전역(대구 경북 제외)과 몽골·도쿄·중국 연변 등 재외지역 문학연구를 묶은 것이다. 지역문학 연구의 필요성과 방법론을 제시한 1부에 이어 2~7부에서는 전라·광주, 제주, 충청·대전, 강원, 경기·인천, 재외 6개 중지역으로 나누어 기존 연구에서 소홀히 다루었던 문학 전통을 되살린다.

전라·광주문학에서는 전쟁기 광주 지역 문예지인 ‘신문학’, 수필가 조희관과 ‘흑산수첩’ 등을 살피고 있다. 제주문학에선 1948년 제주 사건과 관련된 ‘북한 당대시로 본 무자제주참변’과 ‘광복기 북한 투쟁기 속의 리덕구’, ‘1950년대 전쟁기 문학과 제주의 지역성’ 등을 소개하고 있다. 충청·대전문학은 윤백남, 오장환, 리기영을 집중 조명하고 있고, 강원문학은 리태준의 재북시기 활동과 강릉의 시동인지 ‘청포도’를 살피고 있다. 경기·인천문학은 안준식, 정청산, 현덕을 다룬다.

박 교수는 책의 의의에 대해 “직접 전국을 답사하고 희귀한 자료를 찾아 완성했다. ‘지역문학 연구’라는 방법론으로 한국 근대 문학사를 바라본 첫 시도이자 성과물이다. 앞으로 지역문학연구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틀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3, 4년 안에 ‘북한 지역문학, 경북·대구 지역문학’ 편도 출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문학 연구가 약 25년 만에 완결되는 셈이다. 그는 “북한의 경우 평양, 신의주, 개성 등 세 지역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초기 북한 문학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직접 답사할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 중국을 통해서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후학들에 대한 당부와 앞으로의 과제도 빠트리지 않았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친 근대 지역문학 형성 원리와 동향, 그 흐름에 관련한 이해가 모자랍니다. 지역 별로 몰랐던 전통을 찾았으니 지금이라도 지역문학의 자산과 전통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근대 문학사를 기술할 때 이런 성과를 포괄해서 집필하길 바랍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