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산 지역에 지역 청년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공간이 들어섰다. 작가들은 부산 사상구 ‘523쿤스트독’ 개관전 ‘동시대미술의 최전선’에서 고통·공포·관습 등을 주제로 현대 미술이 처한 현실을 고민한 작품을 선보였다.

조정현 작가의 ‘blind zone’. 523쿤스트독 제공

현대미술은 작품만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큐레이터의 설명이나 전시 자료집을 찾아보고 작가의 작품 활동 이력을 검색해서 보면, 묵직한 주제를 작가가 어떻게 시각예술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전시장에는 회화·조각 등 전통적인 매체는 물론 세균이나 박제를 이용한 설치미술 30점이 있다. 김도플 작가는 한천가루와 세균을 이용한 작품 ‘요매정괴(妖, 魅, 精, 怪)’를 내놨다. 작품 이름은 조선시대 야사에 출현하는 다양한 초자연적 존재들이다. 작가는 1개월 동안 폐가를 돌아다니며 세균을 수집해 배양했다. 그는 “최근 1년간 오랫동안 방치된 집을 방문하거나 수리하는 일이 많았는데 곰팡이는 거의 모든 버려진 집에 먼저 사는 집 주인이나 다름없었다. 폐가의 세균을 번식시키는 모습을 통해 ‘끝나지 않는 공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조정현 작가는 무질서하게 부풀어 오른 덩어리 위에 박제된 새를 앉힌 작품 ‘blind zone’을 통해 오브제와 예술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 오브제는 생활에 쓰이는 갖가지 물건들을 작품에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그는 오브제인 우레탄폼으로 무의식적으로 덩어리를 더해가는 어찌 보면 무의미한 행위를 반복했다. 작가는 “요즘 이뤄지는 예술적 표현에는 다양한 형식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이 중 오브제를 통해 감상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오브제의 활용도는 오늘날 풍선이 부푸는 것처럼 무자비하게 생산돼 더는 미술이나 오브제에 대한 가치를 정상적으로 바라보기 힘들어졌다”고 했다.

배남주 작가의 ‘이성의 꿈’. 523쿤스트독 제공

배남주 작가는 회화 ‘이성의 꿈’에서 불확실한 이상을 그려냈다. 작가는 직접 찍은 사진을 보고 밑그림을 완성한 후 특정 부분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과정을 통해 실재하는 풍경이 아닌 불확정적인 형태를 채워 넣었다. 정은율 작가는 디지털 드로잉 ‘Hopton Street’로 색과 형태의 ‘의미’로부터 벗어나 이미지 그 자체가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523쿤스트독은 지난달 지역 청년작가들에게 새로운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국내 미술시장이 처해있는 문제점의 원인을 찾고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523갤러리와 실험적 대안공간을 표방하는 서울 쿤스트독이 협약해 탄생한 전시공간이다. 523쿤스트독 관계자는 “이곳은 앞으로 지역 청년작가들의 예술터전이 될 것”이라며 “동시대 미술담론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3일까지. 010-5874-1180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