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로마제국 멸망 등 역사 격변기

- 과도한 세금에 특권층 탈세 만연

- 부담은 서민에 전가돼 갈등 초래

- 조세 정의 실천이 부국강병의 길

20세기 최고의 뮤지션이자 음악을 거대한 비즈니스로 바꾼 영국의 세계적인 록 그룹 비틀즈. 비틀즈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1970년 4월 10일 공식적으로 해산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세금’이었다. 비틀즈가 활동하던 당시 영국의 소득세율은 90% 이상이었다. 인기에 도취해 있던 비틀즈는 어느 순간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죽했으면 ‘Taxman’이라는 곡을 통해 조세제도의 불공평함을 노래했을까. 비틀즈는 결국 세금 대책으로 레코드 회사 ‘애플’까지 만들었지만, 적자가 누적되고 파산할 지경에 이르자 멤버들 사이에도 균열이 생겼다.

	고대 로마도 귀족과 대지주의 탈세가 횡행하고 이들 특권계급이 비대해지면서 결국 붕괴됐다. 사진은 로마의 콜로세움. 국제신문 DB

‘탈세의 세계사’는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금이 국가와 세계사의 방향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그와 함께 ‘탈세’가 국가의 흥망과 역사적 사건의 고비마다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살핀 책이다. 저자는 세금 제도의 역사와 문제점을 오랜 세월 동안 전문적으로 조사, 연구해 온 일본의 전직 세무 조사관이다. 인류 역사에서 국가가 세워진 이후 ‘세금 제도’와 ‘탈세’는 세계사의 흐름과 인류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대영 제국 등 세계사에 등장했던 강대국은 모두 효율적인 조세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대로마제국의 멸망,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혁명 등 역사적인 격변의 이면에는 대규모 탈세와 세제 시스템의 문제가 숨겨져 있었다. 국가가 세금을 많이 걷으려다 보면 서민은 피폐해지고 부자는 탈세에 안간힘을 쓴다. 그런 필사적인 탈세가 역사를 움직여 국가와 제국을 멸망의 위기로 몰아갔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안티도시스’라는 탈세 밀고제도가 있어 자신보다 많은 자산을 가진 사람들의 부정한 탈세를 고발하게 했고, 고대 중국에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호적 속임수’가 유행했다. 14세기 초 프랑스 국왕과 교황이 대치한 ‘로마 교황의 바빌론 유폐’도 세금 문제가 발단된 사건이었다. 영국과 한참 전쟁을 치르던 프랑스 왕 필립 4세가 군비 조달을 위해 영내에 있는 교회령에 세금을 부과하고 로마 교회에 헌납하던 십일조를 정지시킨 것이다. 국제 금융은행을 설립해 세계적인 부호로 자리매김한 로스차일드 가문은 소득세와 상속세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세금 문제는 비틀즈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그 당시 영국에서 활동하던 인기 뮤지션들은 모두 가혹한 세금 때문에 고통받았다. 1970~1980년대 들어 롤링스톤즈 등 일부 뮤지션들은 ‘세금 폭탄’을 피해 아예 외국으로 도피하기도 했다. 오늘날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도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회사 주소지를 조세피난처에 두고 있다.

세금과 탈세를 통해 세계사를 두루 살핀 저자는 올바른 과세 제도가 번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국가가 특권 계층의 세금 회피와 이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로 국력 쇠퇴와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세 중심의 세금 시스템이 “국민의 경제력과 노동력을 빼앗고 양극화를 조장한다”며 “조속히 폐지하고 부유층과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징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