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주요 순간을 부드럽게 비유

무미건조한 현대인의 일상에 사랑의 마음과 자연과의 교감을 전하는 시집 2권이 출간됐다. 중진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신진 시인이 열 번째 시집 ‘사랑시선’(시선사)을, ‘공무원 시인’으로 알려진 김희영 시인이 열한 번째 시집 ‘사랑하다가 기다리다가’(작가마을)를 냈다. 두 시인 모두 맑고 서정적인 시선이 닮았다.
신진 시인의 ‘사랑시선’은 도서출판 시선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정 시인 100명의 대표작을 모아 시인별로 시집을 펴내는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의 39번째 책이다. 시인은 청춘의 연가에서부터 개인과 가족, 사회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연민, 사랑의 낯들을 보여준다. ‘옛사랑’ ‘사람 그리는 마음’, ‘그리운 넘어지기’ 등 사랑에 대한 깊은 사유로 길어 올린 서정시 80여 편이 숨 쉬고 있다. 사랑의 달콤한 고통과 황홀한 이별, 죄 없는 싸움의 순간순간들이다.

‘밤길을 홀로 걸으며 / 불 켜진 남의 창문을 볼 때마다 / 불빛은 사랑에 피는/ 서러운 꽃인가 했다 // 불 켜진 방안에서 / 어두운 밤길의 남의 인기척 들을 때마다 / 어둠은 사랑에 피는 / 서러운 꽃인가 했다’ (‘서러운 꽃’ 전문)

시인은 “거래가 아닌 사랑, 전략이 아닌 사랑, 이기적 편의를 넘어서는 사랑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맥박이다. 자유가 인간 본연의 권리라면, 사랑은 그의 의무라 할 수 있다. 사랑과 자유가 현실에서 만나는 지점에 정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인은 1981년부터 2015년까지 동아대 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 교수를 하며 시론, 시 창작론, 문예비평론 등을 강의했다.

김희영 시인의 ‘사랑하다가 기다리다가’는 복수초, 씀바귀, 히야신스, 채송화, 아네모네 등 다양한 꽃을 주제로 한 92편의 시를 엮었다. 단순한 자연 예찬의 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잘한 생활 공간의 이야기, 가족과 이웃들까지 꽃으로 인해 어우러지는 사람의 생애를 그려놓았다. 시인은 “꽃의 피어남과 흔들림 그리고 피웠던 꽃이 지기까지 모두 인간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관심을 두게 됐다”고 했다. 각종 꽃의 특징과 그에 대한 시인의 사유가 맞물려 상상력을 넓힌다. 정영자 문학평론가는 “꽃잎 속에 빛과 말을 만나는 그 절정의 순간을 지연시키고자 시인은 꽃에 피지 말아 달라고 노래한다. 역설의 시학을 통해 뜨거운 생명력을, 세상 살아가는 여유와 이치 그리고 창작 시법을 반듯하게 반추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부산시 여성가족국장, 시정혁신본부장,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부산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2월 퇴임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