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열 살, 키-210㎝, 성별-모르고 관심 없음, 학력-남극 유치원 2기 졸업, 직업-EBS 연습생,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크리에이터.’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의 히트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펭수’의 프로필이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에서 태어나 BTS(방탄소년단)와 같이 유명한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 한국까지 헤엄쳐 왔다고 주장하는 남극펭귄 펭수. 지난해 10월 처음 그 이름을 듣고, 이 허무맹랑한 탈 인형이 대한민국을 이토록 들었다놨다 할 정도의 인기 캐릭터가 될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 책은 가히 신드롬급인 펭수 인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기성세대가 관련 현상을 조목조목 분석해가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여졌다. 지난해 3월 유튜브로 데뷔하며 등장한 펭수가 자신의 목표는 BTS처럼 되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자이언트 펭TV’ 의 콘텐츠가 쌓일수록 팬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고, 유튜브 개설 8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2030세대의 어록이 됐고, 모든 지상파 방송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올 1월 말 기준 펭수의 1년 모델 광고료는 최소 7억 원으로 업계는 추정할 정도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해 연말 BTS를 제치고 ‘올해의 인물’ 1위에 올랐으며 이는 영국 BBC에도 보도됐다.

저자는 펭수의 인기 확산 비결에 대해 대한민국의 라이프 트렌드와 사회문화 트렌드를 잘 반영해 만들어진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분석한다. EBS측은 안티 꼰대,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느슨한 연대, 환경과 기후변화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쟁점을 펭수의 세계관에 녹여냈다. 펭수의 진화 과정에는 밀레니얼 세대(2030세대)의 등장 이후 한국이 진화하는 과정이 압축돼 있으며, 동질감을 느낀 2030세대는 열렬히 펭수를 지지하고, 환호했다. 펭수는 그들의 가치관·욕망과 함께 성장해 온 분신이 된 셈이다. 세대를 넘어 ‘시대 아이콘’이 되고 있는 펭수 신드롬을 분석하면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더 깊어질 것이다. 임은정 기자